‘김밥천국’ – 그 안타까운 전설

‘김밥천국’ – 그 안타까운 전설

By on 2019-10-06 in Brand Column | 0 comments

김밥천국 – 싸고 맛있고 안타까운 전설에 대한 이야기

김밥천국-1

혹시 김밥천국의 ‘간판’에 관심을 가져본 적 있으세요?

다음의 김밥천국 중 어느 김밥천국을 가보셨나요?

김밥천국 2
김밥천국 3

주머니는 허전하고 배는 고프고…

그럴 때 푸짐하게 가성비 좋은 분식,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김밥천국이었지요. 다양한 김밥과 돈가스, 김치찌개 등등 필자도 자주 들락거리곤 했었습니다.

이러한 김밥천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분식의 대명사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중계동 은행사거리에도 2~3곳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중 한 곳은 매장이 작지 않았음에도 항상 손님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던 경우도 자주 발생했지요.

그런데 어는 날 문득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김밥천국이 사라졌더군요. 이후 관심을 가지다 보니… 제가 살고 있던 곳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국 많은 곳에서 배고픈 서민을 달래주던 김밥천국이 자취를 감추거나 아니면 가격이 비싸지기 시작했지요.

도대체 김밥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러한 사연을 알기 위해서는 ‘상표권’에 대한 작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상표법에 의하면 등록받지 못한 상표(브랜드)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법적인 보호란 식당업에서 동일한 브랜드가 탄생하지 못하도록 국가에서 막아주는 장치입니다. ‘상표권’이 그 대표적인 안전장치입니다.

그러면 김밥천국은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나요? 아닙니다. 상표 등록되었습니다. 희귀한 사례인데… 상표등록이 되었기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최초의 김밥천국은 1995년 유인철이라는 분이 인천 주안동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https://namu.wiki/w/%EA%B9%80%EB%B0%A5%EC%B2%9C%EA%B5%AD

공장에서 가공된 재료를 납품받지 않고 점포에서 직접 재료를 가공하는 식으로 원가를 절감해서 1000원 김밥을 탄생시켰다고 하네요. 박리다매 전략이 성공을 거두자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화하기 위해 2003년 상표출원을 합니다.

김밥천국 4

위의 상표는 등록이 됩니다. 상표권을 인정받았기에…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유인철 님이 ‘김밥천국’이란 상표를 최초로 등록 받은 권리자일까요?

김밥천국 5

보다시피 유인철 님 (나무위키에서 김밥천국 원조로 말씀하신 분)보다 2년 앞서서 상표 출원하신 분이 계십니다. 다만 이 분이 실제 김밥천국을 운영하였는지는 잘 모르지요.

어찌 되었던 유인철 님의 김밥천국은 갱신을 하지 않아 권리가 실효된 반면 2001년의 등록상표는 주식회사 한맛에서 인수하여 지금도 그 권리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후 수많은 김밥천국이 등록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한번 볼까요?

김밥천국 6
김밥천국 7

그런데 다음과 같은 김밥천국은 등록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밥천국 8

참고로 말씀드리면 위의 등록상표, 거절상표 사례는 2017년까지 2017년까지 특허청에 출원된 상표전체를 일람하면서 추출한 자료입니다. (등록비를 내지 않았거나 갱신하지 않은 실효상표는 제외)

등록된 상표와 거절된 상표의 차이점이 눈에 들어오나요?
그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상표법을 아시는 분입니다.

간단하게 등록 거절된 ‘김밥천국’의 사유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본 사유는 제가 추측한 것이 아니고 특허청 심사관이 판단하여 상표출원인에게 거절사유를 밝힌 것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밥천국 9
김밥천국 10

결론적으로 본다면, 김밥천국은 누구나 사용가능한 보통명사입니다.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독특성(특별현저성)이 없는 네임이지요. 따라서 ‘브랜드화’가 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김밥천국’은 누구나 사용가능하다 ~ 라고 특허청이 판단하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지요.

따라서 도형이 얼마나 독특한가 하는 측면에서 살펴본 후 도형이 독특하면 등록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등록 거절하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 한국일보. 2014.10.2 / 대박 문턱에서 미끄러진 원조 ‘김밥천국’ 창업자 유인철 씨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4100226121

위 기사에 따르면 1998년 김밥천국 상표권을 신청했지만 ‘식별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1998년 특허청 전산을 조사해 보아도 유인철 님이 상표출원한 흔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전산에서 삭제되었을 수도 있음)

원래 최초의 ‘김밥천국’ 출원인은 1994년에 출원한 ‘주식회사 놀부’입니다. 최초의 등록상표라고 제가 이야기한 2001년( 개인)의 출원상표보다 7년이 앞서죠. 현재는 이미지가 사라지고 없어서 어떤 형태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밥천국의 실질적인 원조를 유인철 님으로 본다면… 가장 큰 문제는 등록 거절된 것이 아니라 ‘등록’된 것이었습니다.

 

김밥천국 11

디자인이 독특하기에 등록이 되었겠지요. 네임이 등록된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등록된 것입니다. 따라서… 디자인만 바꾸면 누구나 등록 가능합니다.

그 결과가 우후죽순의 김밥천국 등록상표의 등장입니다.

만약 유인철 님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고 하셨을 때 성질표시 상표는 등록하더라도 유사브랜드 난립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른 브랜드로 전개하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밥천국’을 유지하더라도 디자인이 아니라 이름에서 남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었겠지요. 그러한 스타일로 대표적인 것이 백종원 님의 홍콩반점입니다.

김밥천국 12

전국의 홍콩반점은 엄청나게 많을 수 있지만, ‘0410’을 사용하는 홍콩반점은 백종원 님의 프랜차이즈가 유일합니다. 디자인이 아니라 이름에서의 차별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따라서–
‘김밥천국’이 상표등록 거절되었다면?

유인철 님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이름을 바꾸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초창기였기에 맛, 가격의 차별화가 유지되는 상황이었고, 어쩌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분식 프랜차이즈로 승승장구하셨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김밥천국 –
그렇지만 김밥천국 프랜차이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2개의 김밥천국이 아직도 성업 중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2019년 현재)

주식회사 정다믄의 프랜차이즈입니다.
http://www.kimbabcheongug.co.kr/

주식회사 김밥천국의 프랜차이즈입니다.
http://kimbab1009.com/

위 2개의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프랜차이즈사업을 유지,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정다믄의 김밥천국이 유인철 님과 인연이 깊은 프랜차이즈로 보이네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국에 산재한 김밥천국을 상표권 위반으로 고소할 권리는 없는 프랜차이즈이지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다믄의 김밥천국 옆 건물에 다른 ‘김밥천국’이 들어와도 막을 권리가 거의 없답니다. (심볼, 로고만 동일하지 않으면)

이런 안타깝고 슬픈 현실로 인해 김밥천국의 가격이 지역마다 다르고 맛 역시 다르게 되었지요. 필자가 좋아하였던 ‘김밥천국’의 안타까운 전설입니다.

어떤 김밥천국에 가고 싶으세요?

간판을 주의깊게 보세요.
온라인으로 서핑한 결과, 정다믄 김밥천국은 아래와 같은 간판이네요.

김밥천국 13

로고는 각각 달라서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지만… 심볼은 동일하게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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