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슬로건에 대하여

도시 슬로건에 대하여

By on 2015-02-18 in Brand Column | 1 comment

본 칼럼은 지난 2012년 12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일부 슬로건이 바뀐 지자체도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지만 당시 참 열심히 연구했던 기억이 나서 다시 홈 페이지에 올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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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eoul – 누가 누구에게 인사하는 것일까? 안녕, 서울! 행복한 서산 – 서산이 행복한 것일까? 서산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것일까? 아니면, 서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16개의 광역단체와 230개의 기초단체가 있다.

2002년 서울시의 ‘Hi Seoul’이 기폭제가 되어 그 이후 10여년간 각 지자체의 도시슬로건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2012년 11월 현재, 16개 광역단체를 포함한 158개의 지자체가 도시 슬로건을 개발,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지자체의 64%에 해당된다.

(사용하다가 중지한 경우도 있고, 신규 개발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기에 몇몇 수치의 오류는 발생할 수 있지만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것이기에 현 시점에서는 비교적 정확한 통계일 듯)

도시 슬로건 도입 현황 (2012.11.)

도시 슬로건 도입 현황

이처럼 각 지자체마다 앞 다투어 도입한 도시 슬로건은 지방자치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 슬로건은 CI 등 대비하여 도시 특성, 비전, 경쟁 우위 등을 내세우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내부 지향적 이미지의 CI 대비 외부 지향적인 도시 슬로건의 탄생 목적도 차별화에 기여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CI는 경영이고, 도시 슬로건은 마케팅이다. 기업이 브랜드에 부여하는 역할을 지자체의 경우, 도시 슬로건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슬로건 개발이란 ‘도시’ 그 자체를 브랜드로 보고 그에 따른 슬로건을 만들고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해당 도시가 가진 비전, 장점, 특성 등이 잘 드러나고 타 지자체 대비하여 분명한 차별점을 보일수록 좋은 슬로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브랜드의 슬로건’은 분명하나, 일반 기업의 제품 브랜드와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제품의 경우, 슬로건 적용 범위가 비교적 한정적이고 브랜드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며 Brand Name 그 자체가 주목 받거나 이해될 수 있도록 전개하여야 한다. 또 다수의 신제품 브랜드는 네임 그 자체가 독특하거나 제품 특성을 명확히 반영하거나 시대적 트렌드가 읽혀질 수 있도록 개발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도시의 경우 일반기업의 신제품이 가진 그러한 특권을 누릴 여지가 거의 없다. 브랜드가 ‘지명’인데, 해당 지명은 수십 년, 수백 년 사용하여온 이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훑어보아도 Name 그 자체에서 독특성을 발견하기가 극히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결국 일반 기업에 있어서 브랜드가 담당하는 역할을 지자체의 경우, 도시 슬로건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선심 쓰듯이 ! 이러한 역할분담이 도시 슬로건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적용을 부추기는 근원이자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사례 1

위의 도시 슬로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필자의 경우, 암호 같은 슬로건에 고개부터 갸우뚱해진다. 따라서 도시 슬로건의 의미나 지향하는 방향이 필자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무슨 내용인가 하는 호기심이 일부 생기기도 하지만… 그 뜻을 확인하기 위하여 해당 지자체 홈 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지식in 등을 동원하고픈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이 바쁜 와중에… 내가 그것까지 알아야 해!

도시가 가진 장점을 부각시키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호도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 상기와 같은 도시 슬로건을 만들었다면… 적어도 필자처럼 ‘귀차니즘’에 걸린 사람에게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 도시 슬로건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일람하다 보면 생각 외로 상기와 같은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암호 같은 도시 슬로건이 인터넷 영역에서, 도로 표지판에서, 지하철 광고판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 좀 봐 주세요…이렇게 예쁘게 단장했는데, 왜 그러세요? 하는 표정으로.

일반 평범한 사람들이 보아도 놀랄 만한 이러한 도시 슬로건의 문제점에 대해서 왜 그런지 한번쯤 파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여 이러한 칼럼을 쓰게 되었다.

학술서가 아니기에 칼럼 자체에서도 상당한 논리적 문제점이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도시 브랜드의 필요성과 적용 범위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파리, 모기 같은 것이 그것이다. 만약, 도시 슬로건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면, 어느 지자체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많은 예산을 들이고 홍보비를 책정하면서까지…

도시 슬로건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전제 조건은 ‘왜?’ 그리고 ‘어디에?’ 이다.

먼저 ‘왜? Why?’의 근거를 살펴보자.

왜 필요한가…

장소 마케팅의 개념에서 보면 ‘도시’는 필연적으로 주변 도시 혹은 먼 도시와 경쟁하면서 성장한다. 해당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타 도시에 사는 시민들보다 더 자긍심을 가져야 하고 더 잘 살아야 한다. 성공적인 지자체 경영에서 이것은 지상과제다. 해당 지역, 해당 장소의 번영을 통해서 해당 지자체 역시 발전할 수 있기에. 민간기업의 마케팅 전쟁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지자체 간 경쟁은 필연의 구도인 것이다. ‘서울특별시민’이라는 용어도 있지 않았던가? 그 곳에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월감을 느끼게 해 줄 것 – 이것은 매우 중요한 장소 마케팅의 한 요소이다.

내가 사는 도시가 주변 도시보다 우월하다는 개념은 두 가지를 포함한다. ‘현재’와 ‘미래’가 그것이다.

지금 당장 주변 도시보다 더 나아야 한다. 소득, 교육, 환경, 문화, 관광 등 모든 측면에서… 당연히 미래에도 그 조건은 충족되어야 한다. 만약 지금의 상태가 그 반대이기에 그 조건을 미래에도 감수하라고 한다면… 젊은 사람부터 떠나버릴 것이다. 역사책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1970년대 대한민국은 ‘도시로! 도시로!’의 시대였다. 지방 자치가 성숙되어 있는 2012년도의 눈으로 보면… 기가 막힐 일이다. 한 명이라도 더 우리 지방으로 모셔와야 하는데…

이처럼 내가 사는 도시가 장기적으로는 주변 도시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 요소는 매우 중요한 지방 자치의 자산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오늘’도 중요하지만 ‘내일’도 중요하다. 어쩌면 내일이 더 중요할 지 모른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도시 슬로건은 해당 도시가 가진 비전을 알리는데 제격이다.

해당 도시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도가 높아질수록 해당 도시로의 인구 유입은 물론 해당 도시가 생산하는 재화 (농산물 등)에 대한 선호도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이는 해당 도시의 부를 축척하게 해 주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천시의 ‘쌀’, 횡성의 ‘한우’ 등은 상대적으로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이러한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재화에 대한 관리도 엄격해야 하지만, 해당 재화를 생산하는 지역에 대한 호감도도 지속적으로 높여 주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까지 높여 한 마디로 해당 지자체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도시 상징물은 어떤 것일까?

장소 마케팅의 중요한 상징물이 지자체 CI에서 도시 슬로건으로 넘어간 이유는 도시 슬로건이 가지는 커뮤니케이션 효율성 때문 아닌가 싶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디자인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보다 언어와 디자인의 결합이 더 큰 효과를 나타낸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어쨌던, 감정의 동물을 설득해야 함으로…

그러면 도시 슬로건은 어디에 필요할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부분은 행정문서 등이다.

해당 지자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지자체의 각종 공문서 등에 해당 지지체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밝히는 도시 슬로건을 표현내 줌으로써 공무원 및 관련인들에게 지속적인 각인을 시켜주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각종 홍보물 등에도 적용할 수 있고, 관용 차량이나 유니폼 등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렇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매체는 옥외 광고판 혹은 사인물 등이 될 것이다. 해당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나 방문객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매체는 고속도로 혹은 국도변의 옥외광고판이다. 아니면, 각종 유도, 인지사인 등에서도 도시 슬로건은 유용하다.

더 나아가 도시 슬로건은 해당 지자체에서 생산되고 있는 각종 농산물, 수산물 등의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수 지자체에서 도시 슬로건을 농수축산물 공동 브랜드 혹은 인증 브랜드로 격상시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바탕에는 인지 / 호감도를 활용한 장소 마케팅이 적용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도시 슬로건은 결국 지자체 CI에 버금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한번 만들고 나면 바꾸기에 수월치 않는 상징물임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상당히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며 그 결과로 해당 도시의 이미지가 상당히 격상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도시 슬로건의 조건

모르는 남녀가 처음 만나면 알게 모르게 ‘조건’을 따지게 된다. 학력이나 경제 형편 등을 보는 것이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 물론 말투나 태도 등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의 조합이 나와 잘 맞을 때, 호감을 느끼게 되고 ‘한번 더 만나볼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조건이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만남이 성사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천생연분을 기대한다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격(?)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도시 슬로건은 어떠한가?

당연히 여기에도 조건이 필요하다. 해당 지자체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아야 하고, 해당 지자체에 사는 시민이나 방문객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오늘만 이야기해서도 안 되고 미래만 강조하여도 적절치 않다. 이러한 의미적 요소를 포함하여 전체적인 면에서 도시 슬로건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된다.

슬로건 조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상기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냥 칼럼을 쓰기 위해서 작의적으로 생각해 본 것일 뿐이다. 다만, 상기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서 인터넷 등에 떠도는 몇몇 의견들은 참고로 했다. 영어를 남발한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하고 아우성치는 의견들을…

따라서, 자꾸 검토하다 보면 상기 조건 혹은 기준보다 훨씬 더 정교한 준거틀이 마련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계속 하는 이야기이지만 학술서가 아니고 그냥 칼럼이기에 좋은 도시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상기 5개 정도로만 한정시켜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충분히 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 들었다. 그 정도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도시 슬로건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에.

제 1 조건의 검토 / 쉬워야 한다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와 이야기하다 보면, 알기 어려운 용어나 문장을 너무나 쉽게 사용하는 것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무식할까… 하고 ! 도대체 그 용어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는데, 듬성듬성 핵심만 뿌려대는 어투에 … 내 머리 속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나중에는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경험까지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나는 내 지식의 얕음을 한탄하며 살아야 하는가?

전문가들의 심도깊은 토의자리에서 상기와 같은 사례가 나타나면 당연히 ‘나’는 퇴장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의 모임에서 상기와 같은 어투는 핀잔맞기 딱 알맞은 모양새다. 왜? 눈높이라는 말이 있듯이 듣는 사람의 각도에 맞추어 이야기하는 것도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소양이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사는 방법은 지극히 복잡하지만, 그냥 ‘차카게 살자’로 표현하면 대부분이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도시 슬로건은 일반 대중에게 해당 도시의 우수성을, 독특성을 강조하는 것이기에 일반인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실격이다.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호감이 생기겠는가? 몇몇 사례를 찾아보자.

사례 2

너무 많은 도시 슬로건을 인용하면 혼날까 봐 상기 6개만 살짝 인용해 보았다.

인용 도시 슬로건이 지향하는 방향을 대충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손 들어 보라고 한 다음에 필자 스스로에게 질문한 결과는? 내놓을 수 있는 답은 ‘필자도 잘 모른다’이다.

누군가 항의할 지 모르겠다. “모른다고? 해당 지자체 홈 페이지에 들어가 봐! 얼마나 자세하고 생생하게 그 의미를 설명해 주고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용어 중의 하나는 ‘(도시) 슬로건’이다. 그렇다. ‘슬로건’이란 용어가 중요하다. 슬로건도 설명해 주어야 이해되는 상징물인가? 이러이러한 뜻을 가진 슬로건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 슬로건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 또 다른 설명문이나 해설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는 이미 ‘슬로건’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도시 슬로건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본다면, ‘Hunature, G&G’ 같은 것이다. 그것은 슬로건이 아니라 브랜드이다. 브랜드는 ‘북구’ 혹은 ‘파주’가 되어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특장점을 지원하기 위한 슬로건이 아니라, 도시에 대한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슬로건처럼 느껴진다면, 사실 해당 슬로건은 쓸모가 없다. 사용하면 할수록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지자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촌도시의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의 도시 슬로건이 영어 스타일로 전개되고 있는데, 해당 지역 내 중장년층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슬로건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엿한 우리나라 말이 있는데, 왜 꼭 영어를 사용하여야 하는가? 관광객 대부분이 자국민이고, 주민의 99%가 우리나라 사람인데. 공통적으로 들어오는 상기 지적은 결국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현을 애둘러 지적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수의 기존 도시 슬로건이 좋은 슬로건의 제1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 2 조건의 검토 / 감성을 담아야 한다

감성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 보면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이라고 나온다. 참 어렵다. 좀 더 쉬운 풀이는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다.

이를 보면 감성은 곧 자극이다. 혹은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다.

감성을 담아야 한다는 조건을 기준으로 본다면, 도시 슬로건은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 아래와 같은 자극은 어떠한가?

사례 3

보는 순간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시흥 – 와우!
잘한다 잘해! 안산- 그래… 부라보!
날마다 새로움을 더하는 영암!
날마다 새 출발을 다짐하는 예산!
순천은 보자마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이다- 아하! 그렇구나!
옥천은 모두 당신의 것 – 당신의 영원한 파트너 -옥천!

언어가 가진 특징 중의 하나는 관념의 ‘고정’이다. 특정 단어를 듣는 순간, 그 단어가 가진 형태, 의미 등이 자동으로 연상된다. ‘장미’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관념속의 ‘장미’를 연상한다. 그런데 추상적 관념을 형성하는 단어인 ‘Wow, Start’ 등의 용어는 또다른 고정 관념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날마다 새 출발’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제의 부정이다. ‘와우’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은 시흥의 지저분한 뒷골목을 연상할 수도 있다.

의미 연상의 진폭이 큰 형용사의 특성을 반영하여 도시 슬로건을 정할 경우, 해당 단어가 가지는 이미지의 진폭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상기 슬로건 대부분은 그 진폭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지 않았나 싶다.

순천을 보고 ‘아하’라고 감탄한다고 가정해 보자.

무엇을 보고 감탄하는가? 순천만의 갈대밭? 넓은 바다? 아름다운 집들? 아니면 맛있는 음식 !!! 다 마음에 들었는데, 불친절한 음식점 주인을 경험했다면… ‘아하’의 역할이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감성은 자극이 분명하지만,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의 자극은 방향타를 잡기 어려운 배와 같다. 어디로 흘러 갈 지 모르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슬로건이 가져야 할 미덕은 아니지 않은가?

사례 4

상기 슬로건은 상대적으로 긍정적 감성이 돋보인다고 판단하여 사례로 들어본 것이다.

인용된 슬로건은 비교적 초점이 명확하고, 나타내고 싶은 방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리랑과 연결되는 정선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영덕 또한 바다와 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순창은 자랑할 만한 것이 여럿 있겠지만 역시 대표적인 것은 고추장 일 것이다. 살기 좋은 강원도라는 개념도 비교적 명확하다.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아무 말도 안한 것처럼 되기에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꾸어나가고 싶고,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 하나씩을 담은 도시 슬로건이다. 그것이 자극을 주는 감성 아닐까?

하나를 이야기하지만, 그 하나 속에 다양함이 담겨 있는 듯하다.

제 3 조건의 검토 / 비전이 있어야 한다

도시 슬로건 개발시 가장 중시되는 기준 중 하나는 ‘비전’ 아닐까 한다. 오늘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내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멋져 보이는 것은 사람 사이에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경영도 마케팅도 많은 부분을 미래에 할애한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온다는 믿음을 주는 것 – 도시 슬로건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함축성을 가져야 하는 슬로건에서 명확하게 비전을 제시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한 두가지 방향으로만 설정될 미래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사례 5

상기는 몇몇 광역단체의 도시 슬로건을 모아 본 것이다.

나름의 충분한 근거와 선호도를 바탕으로 선정되고 적용된 사례이겠지만, ‘비전’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박수칠 만한 슬로건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구’를 보자… 대구가 Colorful한가? 어떤 측면에서… 섬유도시란 이미지를 갖고 있기에 그 방향을 Color로 설정했는가? 그것이 대구가 가는 방향인가? 그것이 ‘대구’라고 하는 지자체의 운영 과정에… 도시 기반 시설 건설에… 강하게 반영되고 있는가? 다수의 대구 시민들이 바라는 방향인가? – 이러한 의문점은 필자만의 질문사항은 아니리라 예상된다. 대구는 상당히 큰 대도시이기에, 어느 한 방향으로만의 비전 설정이 바람직한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실수는 ‘인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항공도시라는 이미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버리면, 인천시가 추구하는 또다른 지향방향은 흐릿해지고 만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독특성은 미약하지만, ‘당신을 위한’ 울산 같은 슬로건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최소한 울산 시민이 원하는 모든 것을 지자체에서 성심성의껏 제공할 것이라는 방향은 담고 있으니…

다소 어색한 얼굴로 나타나는 도시 슬로건은 경북과 경남이다. 무엇에서 ‘Pride’를 느끼는가? 그냥 경북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로? 광역단체의 입장에서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거만함‘의 다른 표현이다. 이것은 비전도 아니고, 감성도 아니다. 경남도 이에 못지 않다. 무엇을 느낄 것인가? 깊게 들어가서, 한글의 ’피어나는‘ 이미지도 담고 싶었겠지만, 느낌표의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냥 느끼기가 힘들어 무언가를 짜내야 하는데…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는 울산과 같은 맥락의 ’충북‘이 오히려 낫다고 판단되기도 한다. 도민과 함께 한다는 정신을 비전으로 삼고 있으니

여기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비전’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말하는 필자도 듣는 분도 반박의 소지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비전’과 관련된 토론일 것이다. Vision은 목표이기도 하고 목표를 향한 역동성이기도 하다. 상기에서 언급한 부정적 견해는 그 반대의 논리로 격파당할 수도 있다. Colorful의 개념을 다양한 산업이 꽃피는 도시로 볼 수도 있기에.

한발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비전’과 ‘감성’은 교집합이 잘 형성되지 않은 조건임을 알 수 있다.

비전을 강조하면 감성이 무디어지고, 감성을 강화하면 비전이 약화된다.

그 둘의 조화를 한 두 마디의 단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의견은 ‘비전’과 관련시켜 지나치게 폭이 좁을 것 같은 느낌은 지자체 운영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광역단체에서는…

초점이 명확한 비전은 단일 품목,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제조업체에게나 맞는 것이다. 지자체는 그 특성상 다양한 구성원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따라서, 일반 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밀어붙이자’하면 엄청난 문제가 생기게 된다. 기업의 특성은 ‘집중’이고 지자체의 특성은 ‘포용과 서비스’이다. 따라서,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방향으로의 비전 설정은 지자체의 운영 / 특성과 맞지 않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먼저 자각하여야 한다.

제 4 조건의 검토 / 유사하지 말아야 한다

도플갱어(doppelgänger – 나와 똑같은 사람)를 만나면 끔찍할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도플갱어’이지만 상대편에서는 내가 도플갱어이다.

Identitiy의 세계에서는 ‘유사성’이라는 용어를 극히 싫어한다. ‘도플갱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한 느낌이 나는 것조차 금기하고 있다. 그런데, 160여개의 많지도 않는 도시 슬로건 중에서 도플갱어 현상이 나타났으니, 입 있는 사람들은 한 마디씩 할 게 뻔하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가?

사례 6

상기 사례는 인터넷 공간에서 워낙 많이 떠돈 이야기이기에 별도의 설명은 불필요하다.

그냥 안쓰러울 뿐이다.

제 5 조건의 검토 / 등록이 가능하거나 사용이 가능하여야 한다

제 5 조건 역시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이기에 장황하게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국내 디자인 산업 정황상, 90% 이상의 도시 슬로건 개발이 전문사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기에 특별히 부언할 내용도 없다. 그들이 필자보다 더 전문가임으로.

그런데, 면밀히 조사해 본 적은 없지만, 제 5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도시 슬로건도 일부 있으리라 짐작된다. (정확한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며칠에 걸쳐 특허청 전산망을 이잡듯 훓어 보아야 함)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할까?

거의 대부분의 도시 슬로건 개발은 입찰을 통해서 진행된다. 디자인과 달리 슬로건은 언어 영역이기에 습관처럼 해당 지자체 주민 혹은 전국민 대상의 공모도 이루어진다. 선호도 조사 등을 거치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엉뚱한 후보안이 채택되는 경우도 있다. 몇 번에 걸친 보고와 토의 과정에서 전문사나 해당 지자체의 진행 담당자가 지쳐 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의사 결정권자의 의중 파악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생기는데… 문득 결정된 최종안을 보니 법적으로 권리가 보장받기 어려운 후보안이다. (그렇지만, 빨리 진행하고 마무리시켜야지…) 그러한 과정이 반복된 결과 지자체끼리의 도플갱어 현상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브랜드와도 ‘도플갱어’로 만나는 도시 슬로건이 탄생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의 문제점을 이야기하여야 하는 것이기에 장황하게 늘어놓아도 좋아하실 분이 많이 않을 듯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도시 슬로건 10 選

지금까지 이야기한 좋은 도시 슬로건의 기준을 요약하면

1.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2. 감성이 담겨 있어야 하며 3. 비전이 가득한 슬로건이 좋은 조건을 갖춘 도시 슬로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나머지 조건들은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기에 특별히 거론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제 2조건과 제3 조건은 상호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자극을 필요로 하는 감성은 명확한 ‘초점’을 요구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비전은 ‘확장’에 무게를 둔다. 이해 용이성을 기반으로 상호 충돌하는 이 두 가지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도시 슬로건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극히 자의적이고 편견 가득한 의견이지만, 160여개의 슬로건을 한 장에 모아 이런저런 생각 속에 추출한 후보안은 다음과 같은 10개의 도시 슬로건이다.

10선

상기 10개를 왜 마음에 들어 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한 이야기는 통계적 수치로 이야기하는 것이 명쾌한데, 필자는 통계를 제시할 수 있는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더러 Creative 분야를 통계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마무리는 가능하다 –

필자가 선정한 좋은 슬로건 기준으로 보면 상기 슬로건들은 나름의 합당한 근거가 마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까!

……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는 도시 슬로건의 ‘언어’에 대한 것이다. 도시 슬로건은 불리어 지기보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음으로 디자인 측면의 검토는 더 유용하리라 판단된다. 따라서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그 부분에 대한 검토도 진행해 보고 싶다.

(하기는 각 지자체의 전체 슬로건 모음입니다 / 2012년 12월 현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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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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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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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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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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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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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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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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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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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