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현장 8 (I.Seoul.U에 대한 견해 – 도시브랜드? 도시슬로건?)

브랜드현장 8 (I.Seoul.U에 대한 견해 – 도시브랜드? 도시슬로건?)

By on 2015-11-16 in Brand Column | 0 comments

지난 10월 28일 I.Seoul.U가 발표된 이후 아직도 논란이 뜨겁기만 하다. 많은 댓글이 각 뉴스 말미를 장식했고, 박원순 시장의 대선가도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나와 있다. (뉴스원 / 11.9 리얼미터 조사결과)

그 다양한 내용을 바탕으로 I.Seoul.U에 대한 사견을 첨가해 볼까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필자의 ‘견해’인 셈이다. 따라서 이 글의 모든 내용은 ‘주관적’이다.

1. 용어의 혼란

I.Seoul.U는 도시브랜드인가? 도시슬로건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용된 용어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도시브랜드’라는 용어 자체가 상당히 모호한 개념일 뿐 아니라, 지나치게 포괄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혼란이 빚어진 원인 중 하나는 ‘서울브랜드’라고 규정한 공모전에서부터 나타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슬로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 과정 및 결과가 I.Seoul.U로 귀결되었고, 일반시민의 생각과 괴리감을 낳으면서 온갖 비아냥과 패러디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추측되는 것이다.

서울브랜드1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제품브랜드이고, 우리은행의 우리카드를 서비스브랜드라고 말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서울은 ’영역, 지역‘을 표시하는 용어이기에 영역 브랜드로서 ‘I.Seoul.U’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면 ‘서울브랜드’란 용어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I.Seoul.U는 도시브랜드가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서울’이 신제품처럼, 새로운 서비스처럼 갑자기 생겨난 신도시라면… 잠시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세종시가 생겨난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서울은 수도로서의 기능을 담당한지 600년이 넘었다. 서울은 신도시가 아니며 그 자체가 고유명사이다. 달리 표현하면 ‘서울’은 휴대폰, 자동차, 화장품… 처럼 보통명사로 인지되는 지명이 아니다. 갤럭시를 살 것인가 아이폰을 살 것인가 하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 ‘영역 브랜드’의 특성이다. 서울은 고유명사이기에 대체어가 없으며 따라서 그 자체를 브랜드로 보아야 한다.

이는 잠시 견해를 접어둔 ‘신도시’에도 100% 적용된다. 세종시를 대체하는 또 다른 세종시가 있는가? 뉴욕, 런던, 도쿄 … / 분당, 일산, 마곡, 별내, 위래, 검단 … 모두 마찬가지이다. 영역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는 지명 그 자체가 ‘브랜드’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백번 양보해도 I.Seoul.U는 ‘서울브랜드’가 아니라 ‘서울시 브랜드’라고 불러야 한다. 서울슬로건이라는 용어가 거슬린다면, 서울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서울시가 만든 브랜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

논리적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도시브랜드’란 용어는 잘못된 것이다. 도시를 브랜딩하기 위하여 ‘도시슬로건’을 만드는 경우는 있어도 인위적으로 ‘도시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도시 그 자체가 브랜드인데 … 도대체 또 무엇을 만든다는 말인가 !

도시를 브랜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도시슬로건이다. 도시를 브랜딩하기 위해서는 도시 그 자체를 브랜드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의 도시브랜딩이란 도시가 가지는 핵심 가치, 경쟁력을 관련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서울브랜드2

2. 모호한 타겟

I.Seoul.U의 타겟은 누구일까?

지난 7월 13일 ‘시민과 함께 하는 서울브랜드 아이디어 공모전’에 따르면 타겟은 대내외로 나누어진다. ‘서울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는 내용 속에 타겟이 들어있다. 공모전에 언급된 추가적인 내용은 ‘서울을 대내외에 알리는 슬로건’이다.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까?

서울시민의 자긍심 고취를 위하는 것이라면 타겟은 대내적이고, 서울시민이 된다.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면 대외적인 것이기에 대한민국의 여타 도시 및 해외 주요 도시에 사는 시민이 타겟이 될 것이다. 이 모두에 사용하는 것으로 타겟이 정의되었는데, 어떤 타겟을 더 중시해야 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타겟을 전자에 맞추면 서울시민의 견해를 대변하는 도시슬로건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영어보다는 한글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또 대한민국의 대표도시로서의 얼굴을 만드는 것이기에 자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하고 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다는 방향에서 보면 영어표현이 바람직하다. 서울이 가진 경제, 문화적 우수성과 차별성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기에 글로벌 언어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영어를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후자 쪽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 I.Seoul.U의 탄생과정을 살피다 보면 그러한 해석이 자연스럽다. ‘나와 너의 서울’은 I.Seoul.U가 결정되고 나서 부가적으로 덧붙여진 해설형 슬로건이기 때문이다.

3. 명확한 컨셉

서울브랜드 아이디어 공모전에 나타난 서울 컨셉은 ‘서로가 공존하며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는 열정 도시, 서울’이다. 각 키워드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은 다음과 같다.

서울브랜드3

도시슬로건은 해당 도시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언어적 상징물이다. 서울시의 이미지를 담아야 할 상징적 컨셉으로 제시한 ‘공존, 열정, 여유’는 타당한 키워드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 오랜 역사의 ‘전통’을 덧붙인다면 좋아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핵심 키워드로 제시된 ‘열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때 ‘전통’보다는 ‘열정’이 브랜드로서의 ‘서울’에는 더 어울려 보인다.

4. 슬로건인가 브랜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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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과정을 통하여 최종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I.Seoul.U이다. Seouling, Seoulmate 등 경합을 벌인 후보안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수많은 논란의 초점이 I.Seoul.U라고 선정안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 영역브랜드로서의 ‘서울’을 보다 돋보이게 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그 무엇이 나타날 줄 알았는데, 서울을 더 혼란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그 무엇을 제안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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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슬로건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은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해당 도시를 더욱 매력적이고 목표 지향적으로 돋보이게 하는데 있다. 이 2가지 측면에서 I.Seoul.U에는 의문부호를 잔뜩 달렸다.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첫 번째의 핵심 논란은 동사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명사가 들어가서 나타난 혼란성이다.

서울브랜드 추진위원장에 의하면(헤럴드경제. 2015.11.2) I. U. 사이에 점을 찍어 나와 너 그리고 서울을 연결하고 서울의 여유와 열정이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나아가 두개의 점은 끝이면서 시작이라는 의미와 함께 파랑은 ‘여유’를 빨강은 ‘열정’을 담았다는 것이 김민기 교수님의 견해이다.

듣고 보니, 참으로 그럴 듯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I.Seoul.U’를 ’나와 너의 서울‘로 이해해야 하고 ’나.서울.너‘로 오역하면 안 된다.

‘I.Seoul.U’에는 3개의 주체가 나타나고 있다. 내가 있고, 서울이 있고, 네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이음표가 아닌 마침표가 붉게 푸르게 찍혀 있다. 결국 나와 너는 서울 때문에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서울은 나와 너를 잇는 도시가 아니라 나와 너를 갈라놓은 도시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은 도시슬로건을 만들고자 했던 원래의 의도가 희미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을 열정, 공존, 여유가 있는 도시로 규정한 공모 내용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된다. ‘I.Seoul.U’에서는 나와 당신, 서울 모두 분가하였기에 공존이 사라지고 없다. 혼자만의 고독한 여유는 가득할 것이다. 물론 ’마침표‘를 넘기 위한 열정은 있을 수 있다. 노력한다면 …

세 번째로는 이미 증명된 것처럼 패러디 가능성이다.
필자가 지적하였듯이 나와 너의 서울을 넘어, 나와 너를 가로막는 서울로 비추어지면 어찌할 것인가. 서울에서의 삶이 팍팍하고, 서울시 행정이 불만스러울 때마다 그러한 패러디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서울우유, 아이유, 아이인천유 등 다양한 패러디가 벌써 나타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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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논란을 야기하다 보니 노이즈마케팅을 이야기하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머니투데이. 11.5)

5. 혼란을 더하다 – 슬로건 디자인

결정된 슬로건 디자인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디자인 전개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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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와 U.사이를 잇는 서울을 강조하기 위하여, 나와 너의 서울을 표현하기 위하여 서울을 상징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이는 공존의 서울,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필자의 솔직한 의견은 도대체 이러한 주장을 누가 했을까 하는 점이다. 서울시에서 강조한 논리라면 비전문가이시니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한 전문사에서 강조했다면, ‘헐~’하는 느낌이다.

Flexible Design System은 디자인 경영이 탁월한 민간 기업에서도 시도하기가 매우 어려운 개념이다.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기본 디자인이 아니라 응용 디자인의 몇몇 아이템에서만 그 가능성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전개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Identity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I.Seoul.U의 핵심 Identity는 무엇일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Seoul’이다. 그 ‘Seoul’의 Identity를 스스로 붕괴시키겠다는 논리가 디자인 결정과 동시에 나왔는데 … 참으로 큰일이다.

아무리 많은 상징물을 대입하여도 그것이 ‘서울’의 총합은 아니다. 대입되는 상징물은 서울을 구성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I.와 U.가 서울을 대표하는 Identity로 규정된 슬로건 디자인에서 중심이 되는 ‘Seoul’은 주변부로 밀려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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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교체된 ‘&Tokyo’와 비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Tokyo’에서는 도쿄가 중심이고, 도쿄가 다양한 상징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I.Seoul.U’에서는 ’I.U.’가 중심이고 그 사이에 다양한 상징물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중심부과 주변부가 혼돈되어 있는 이러한 디자인이 플래카드, 인쇄물, 거리 사인 등으로 펼쳐질 때… 그 혼란함을 관리할 수 있는 디자인팀이 서울시에 존재하고 있을까?

6. 서울브랜딩 – 어떻게 될 것인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I.Seoul.U’를 만들고 결정한 주체는 다양한 시민그룹이라고 한다. 서울브랜드 추진위원장도 아니었고 서울시장도 아니었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책임질 수 있는 구체적 의사결정권자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하이서울’을 대체하는 그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제안한 주체, 제안을 수용한 주체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약 9억의 예산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재능기부로 탄생한 ‘I.Seoul.U’는 아니다.

필자가 비판하고 싶은 주체는 각 과정에 관여한 전문가 분들이다. 서울시장, 추진위원장이 비전문가여도 그들과 상의하면서 최적의 도시슬로건을 만들어야 할 의무는 그들에게 있었다. 그것을 위하여 예산을 투입한 것 아닌가.

그러나 과정만 요란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의 편견일까?

이미 탄생한 도시슬로건이기에 ‘I.Seoul.U’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홍보마저 실패한다면 몇몇 서울시 행정 중에서 실패한 사례로 거론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래서 다양한 시민의 우려를 녹여낼 수 있는 홍보 전략이 나타났으면 한다. 그러나 실패하더라도 홍보진행사의 능력부족으로 귀결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I.Seoul.U’에 대한 초기 논란이 너무 뜨거웠고, 시장 경쟁력이 없는 브랜드는 수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 1 : 서울 브랜드 홍보영상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kIIuisxb2cQ

참고 2 : 해외 몇몇 도시슬로건 BI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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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모든 내용은 필자의 ‘견해’ 더 나아가 ‘사견’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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