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 – 카이사르의 유언장

브랜드 파워 – 카이사르의 유언장

By on 2015-02-22 in Brand Column | 0 comments

기원 전 44년 3월 15일, 파르티아 원정을 준비 중이던 카이사르는 부르투스, 카시우스 등 반카이사르파에게 암살을 당합니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할 당시 안토니우스는 38세의 집정관으로써 자타가 인정하는 카이사르의 오른팔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18세의 옥타비아누스는 가이우스 옥타비우스의 아들로써 로마 정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풋내기였다고 합니다.

이후 두 사람은 14년에 걸친 내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카이사르의 오른팔이었던 안토니우스와 카이사르의 후계자로 지명된 옥타비아누스의 목숨을 건 권력 쟁탈전이 시작된 것이지요.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한 옥바티아누스는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어떤 요인이 18세 청소년에 불과했던 옥타비아누스를 로마 제국 초대황제로 만들었을까요? 그 비밀은 암살되기 6개월 전에 작성되었다던 카이사르의 유언장에 있었습니다. ​

이에 카이사르의 유언장 내용 중 일부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1. 카사사르 소유 재산의 4분의 3은 가이우스 옥타비우스와 아티아 (카이사르의 누이동생의 딸)의 아들인 옥타비아누스에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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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1 상속인 옥타비아누스는 상속과 동시에 카이사르의 양자가 되고, 아들이 된 뒤에는 카이사르라는 성을 이어받는다.

6. 수도에 사는 로마 시민에게는 일인당 300세스테르티우스씩을 주고, 테베레 강 서안에 있는 카이사르 소유 정원도 시민들에게 기증한다. 이 일을 실행할 책임자는 제 1 상속인으로 한다.

카이사르의 친척이었던 옥타비아누스의 집안은 ‘기사계급’에 불과했던 모양입니다. 주목하고 싶어도 주목하기 어려운 평범한 가문이었다는 뜻입니다. 이에 옥타비아누스의 가능성을 크게 본 카이사르가 로마 최고의 권위를 가진 자기의 이름을 옥타비아누스에게 물려 준 것이죠. 수도에 사는 로마시민에게 일인당 300세스테르티우스를 주고 나면 유산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상태였기에 특별한 의미는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르티아 원정을 가기 위해서 준비해 두었던 1억 세스테르티우스의 군자금은 안토니우스가 차지해 버렸습니다.

당시 카이사르 휘하 2인자로서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던 안토니우스가 가지지 못했던 유일한 것은 ‘카이사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모든 면에서 안토니우스가 압도적으로 우세했습니다. 14년의 내전을 치르는 동안 사태가 역전된 이유는 로마의 중류층과 하류층 사람들, 특히 카이사르와 함께 많은 전쟁을 치른 고참병들이 알려지지도 않고 실력이 증명되지도 않은 18세 소년에게 카이사르에게 받쳤던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이지요. 충성을 맹세한 이유는 ‘카이사르의 선택’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왜 카이사르가 옥타비아누스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카이사르가 선택한 사람이라는 그 자체가 충성의 이유였습니다.

이것이 원동력이 되어 옥타비아누스는 14년 내전의 종지부를 찍는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전투에서 옥타비아누스가 패배할 때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카이사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

결과적으로 본다면 군사적 재능과 실질적 파워가 훨씬 우세했던 안토니우스를 이긴 것은 ‘카이사르’라는 이름이 주는 후광효과였습니다. ‘카이사르’라는 이름을 이어받는 것이 돈과 현재 권력을 확보한 것보다 더 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카이사르는 먼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를 ‘자기의 이름’을 이어받는 것으로 본 것이죠. 이것이 옥타비아누스의 멋진 역전승을 가능케 한 동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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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유언장을 현대 마케팅 관점으로 본다면 ‘브랜드’가 공장, 자본, 영업 조직, 현재의 인재 등을 합친 것보다 더 파워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브랜드’는 따지고 보면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모든 제품의 품질, 디자인을 조사해 보면 알려진 브랜드 제품보다 훨씬 더 우수한 품질의 중저가 제품도 많기 때문입니다. 한 예를 들어, 400만원을 호가하는 수입 유모차와 50만원 안팎인 국산 유모차가 품질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내일신문 2014년 5월 30일 기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 유모차를 구매하려고 하는 소비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브랜드파워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시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언론 등을 통하여 품질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하여도 소비자들에게 큰 감흥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브랜드의 세계는 호불호 (好 / 不好)의 세계이고, 감성이 지배하는 영역이기에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야기는 메아리 없이 허공에 흩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부터 2000년도 더 지난 먼 옛날에 카이사르는 그것을 간파했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 권력을 물려주는 것보다 자신의 브랜드를 물려주는 것이 후계자에게는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말이지요. 카이사르의 유언장이 증명한 것처럼, 제품이 가지는 힘보다 브랜드가 가지는 힘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브랜드경영’은 가능합니다.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라는 브랜드를 적절히 이용한 결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처럼, 경영의 정점에 ‘브랜드’를 올려놓는 것이 마케팅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를 읽다가

카이사르의 유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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