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현장 5 (셀프디스 이후를 기대한다)

브랜드 현장 5 (셀프디스 이후를 기대한다)

By on 2015-08-06 in Brand Column | 0 comments

새천년민주당의 ‘셀프디스’ 캠페인이 이채롭다. 브랜딩, 디자인업계의 거두로 꼽히는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기획한 작품으로 언론 등에 보도되고 있다. 역시, 브랜딩 전문가로서의 센스가 돋보인다는 생각과 더불어 잠시 상념에 잠겼다.

셀프디스와 손혜원

그러고 보니 정치와 브랜드는 닮은꼴이 참 많다. 특히 ‘인지도’를 바탕으로 타 정당 혹은 타 브랜드와 경쟁을 펼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치든 브랜드이든 ‘주목’이 중요하다. 주목 받아야만 ‘인지도’가 올라간다.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선호도’를 논할 수도 없지 않는가?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전공 분야는 CI (Corporate Identity – 기업 이미지 통일화 작업)이다. CI는 중요한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MI / BI / VI가 그것이다. 각각은 Mind Identity (의식의 통일화), Behavior Identity (행동의 통일화), Visual Identity (상징체계의 통일화)의 이니셜이다.

(경영의 귀재, 잭 웰치가 ‘마지막 강의’에서 언급한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2가지 요소는 CI 구성 요소와 유사하다)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

바람직한 –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성공적인’ – CI를 전개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MI(의식의 통일화)라고 하겠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의식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기업비전과 목표가 정확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내부, 외부 현황을 파악하고 그러한 현실바탕 위에서 기업이 나아갈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MI(의식의 통일화)의 핵심 내용이다.

목표가 설정되면 이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CI에서는 ‘행동 원칙’이라고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 이를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실천해야 BI가 성공할 수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잭 웰치가 이야기한 ‘보상’개념은 BI진행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CI에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이 VI (상징체계의 통일화)라고 하겠다. 간단하게 심볼, 로고개발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세 개의 구성요소가 잘 정립되고 실천될 때 성공적인 CI의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상기와 같은 CI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책 속에만 남아 있다. 현실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전문사, CI 도입사에서 디자인 (VI)만 이야기할 뿐 MI, BI는 언급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CI가 국내에 선보이던 초창기(1980년대)에는 세 가지 구성요소를 구체화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았다. 물론 일부에서는 디자인을 포장하기 위해 M, BI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업문화 진단, 개발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경영 컨설턴트와 협업하기도 했으며, 이는 프로젝트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CI를 처음 도입하는 기업 내부에서는 기대에 찬 모습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측면에서의 CI가 발을 붙이기에는 환경이 녹록치 않았다는 것이 당시 왕성하게 활동하던 CI전문가들의 이야기이다. 기업문화를 바꾸고 변혁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의 부족, 상명하복의 기업문화 등이 끊임없이 체계적인 CI전개를 방해했다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설령 CI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들여 MI (의식의 통일화 – 기업 비전 설정)를 추진하더라도 BI (행동의 통일화 – 실천을 위한 보상 체계가 중요함)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 결과는 CI 무용론으로 발전하고 … CI를 디자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5년 지금은… CI 디자이너조차 심볼 만드는 과정으로 CI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CI 업계의 현황을 그 누구보다 많이 지켜보았을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본인의 경험을 ‘정치’에 어떻게 투영하고 싶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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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시간과 결과가 증명하겠지만, 이미지가 너무 앞서면 실망감은 더욱 클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피력해 보고 싶다.

아이덴티티 전문가 중에서는 이미지가 실체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깃발을 들고, ‘나를 따르라’ 하는 것이 한국적 풍토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맞을 수도 있지만, 안 맞는 경우가 더 많다. 안 맞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는 그것이 인간본성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옛 어른들은 이를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본 칼럼은 브랜드로서의 ‘셀프디스’를 폄하하기 위해서 쓴 글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실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쓴 글임을 부인하진 않겠다. 실체를 만들기 위한 Booming-Up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체’ 그 자체이다. 정당 정치에 대입하면 실체는 ‘정책’이다. CI관점에서 보면 ‘셀프디스’는 MI를 만들기 위한 현황 파악 브랜드이기에 최종 승부는 ‘정책’ 브랜드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품 (Product)이며, 유통 (Place) / 가격 (Price) / 판촉 (Promotion)은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다. 다른 요소를 Product보다 우위에 놓는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기 어렵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좋은 상품의 공급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반성보다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실체이고, 이것의 실체화를 위한 행동이 제1야당이 국민에게 사랑 받는 길이다. 정당의 존재 목적은 좋은 정책의 공급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셀프디스’ 브랜드 이후의 ‘정책’ 브랜드에 대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또 다른 한 수가 기대된다. 멋진 정책을 멋진 브랜드로 홍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셀프디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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