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변경의 허와 실 5 (모체상호의 변경)

사명변경의 허와 실 5 (모체상호의 변경)

By on 2015-07-29 in Brand Column | 0 comments

대부분의 사명은 모체상호(예-삼성), 업종표시어(예-전자) 그리고 회사 형태어(예-주식회사)로 이루어져 있다. (4. 사명의 구조 참조)

업종표시어를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독특한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조차 난제 중 하나이다. 업종 표시어를 바꾸기 위해 네이밍 전문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산업이 세분화되듯 업종표시어도 세분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업종표시어 변경은 검토 범위가 한정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모체상호를 바꾸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모체상호를 바꾸는 것은 네이밍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에 해당된다.

왜 그럴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실체가 없는 것에 실체를 부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밍의 세계에서는 유(有)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더 어렵다. 기존 사명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신규 후보군을 폄하시킨다. 더 나아가 기존 사명은 실체가 있고, 신규 후보군은 실체가 없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브랜드’와 ‘네임’이 싸우는 격이다.

사업다각화를 위해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사명을 변경한다고 하여 기존 사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회사의 비전, 목표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능이 많이 약화된 것에 불과하다.

창업자, CEO 입장에서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분신과도 같았던 기존 사명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바꾸는 것으로 결정은 했지만, 신규 사명을 선정하기 전까지는 결론이 내려진 게 아니다. 의사결정자 역시 기계가 아니라 감성, 감각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신규 사명 후보안을 멋지게 꾸미고 치장한다고 해서 해당 후보안을 브랜드로 볼 수는 없다. 선택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동안 회사를 대표했던 사명의 좋았던 점이 자꾸 생각나는 경영진 앞에서 다양한 후보안들이 춤을 춘다 하더라도 ~ 선뜻 손을 내밀 수 있을까 ? 이미지가 쌓여 브랜드화되어 있던 기존 사명에 비해 이제 막 출발단계의 네임들은 무언가 어설프고, 어렵고, 부담스럽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그러한 부담은 가중된다. 선경이 SK로, 럭키금성그룹이 LG로, 현대전자가 하이닉스로 바뀐 사례를 생각해 보면 의사결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기존 사명과의 이미지 연계를 시키지 않고서는 밀려오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려웠다는 징표이다.

사명변경의 허와실 5

상기에서 ‘기존 이미지 연계’로 표현된 부분은 중견기업들조차 그러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는 사례로 보면 된다. 사명을 바꾸는 목적의 대부분은 ‘글로벌, 사업 확장, 전문성’ 등의 세 가지이다. 그 이유만으로는 수많은 관계사, 고객을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직감한 결과가 ‘기존 이미지 연계’로 표현되었다. 기존 사명을 버릴 만큼 절박하였는가 하는 질문에 충실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사명변경이 성공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불안감의 발로로 보면 되겠다.

이에 비해 ‘뉴 이미지 창출’로 분류된 사례는 상대적으로 더 큰 자신감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례로 보아야 한다. ‘네임’이 ‘브랜드’를 이겨냈기 때문이다. 부정 연상이 높은 브랜드라도 브랜드는 브랜드이다. (사명은 가장 큰 브랜드, 즉 통합브랜드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신규 사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와 끈기가 필요하다. 수많은 후보안을 검토하고 기존 유사한 것이 있는지 상표조사, 상업등기조사 등을 수행하여야 한다. 발음, 의미가 좋았던 후보안들은 기존 유사사례로 인하여 너무나 일찍 검토대상에서 멀어지고 만다. 모든 면에서 가능성이 있었으나 닷컴을 희망하는 경영진의 요청으로 또 다른 탈락 위기에
직면하는 후보안도 부지기수이다.

압축과정속에서 사내 선호도조사 혹은 일반인 선호도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단순한 가능성과 잠재력만 가지고 있었던 네임 후보군들은 어디서 본 듯 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간단하게 탈락되는 비운을 만난다. 몇몇 남지 않은 후보안은 경영진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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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와 같은 과정은 다양한 사명변경 프로젝트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신제품 네이밍 등과 비교하면 검토, 검증해야할 내용이 훨씬 더 많다고 하겠다. 기존 사명이 가지고 있었던 좋았던 이미지와 비교하여야 하고, 사용가능성이 높아야 하며, 사명이기에 발음/의미 측면에서의 우수도가 탁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어려운 점은 경영진이 가지는 눈높이에 맞는 네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사명변경은 마케팅관점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경영 전략적 측면에서의 접근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명변경 시 필요한 것은 경쟁사, 소비자 분석이 아니라 장기비전을 염두에 두는 경영자 분석이다.

회사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사명을 변경할 경우,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러한 경영의지를 읽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명변경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이는 단기적인 측면에서의 주가 상승 등이 증명하는 바와 같다.

사명 변경 이후 실체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시장의 반응이 냉랭해지는 이유는 사명을 바꾸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였는데, 행동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고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사명변경은 필연적으로 실체적 변화를 동반해야만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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