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고 석연치 않은 도시슬로건 (연합뉴스-도시브랜드)

아쉽고 석연치 않은 도시슬로건 (연합뉴스-도시브랜드)

By on 2015-02-14 in BrandingLead News | 0 comments

하기는 지난 11월 21일 연합뉴스의 ‘도시슬로건’에 대한 기사입니다.

도시 슬로건 2회
– 대구, 남해, 경주, 익산, 합천, 대전의 도시 슬로건.(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사실 수많은 도시 슬로건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슬로건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슬로건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슬로건을 보거나 들었을 때 의미가 확실하지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한다면 좋은 슬로건이라고 할 수 없다.

황인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좋은 도시 슬로건은 도시를 충분히 표현하고,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니클리 싱가포르'(Uniquely Singapore)는 무언가 독특한 것이 숨어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 훌륭한 도시 슬로건으로 평가받는다”고 덧붙였다.

국내의 도시 슬로건 중에는 특히 영어 슬로건에 ‘가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가 ‘하이 서울’이다. 서울의 역사성, 대도시 특유의 활발함이 표현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베스트 김포'(Best Gimpo), ‘비바 보령'(Viva Boryeong), ‘아하! 순천'(Aha! Suncheon)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유에서 김포가 최고이고, 순천이 감탄사를 자아내는지 알 수가 없다. ‘이츠 대전’ 역시 슬로건 자체는 별다른 함의를 지니고 있지 않다.

전혀 다른 도시가 같은 슬로건을 쓰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의왕과 경상북도 구미는 도시 슬로건이 각각 ‘예스(Yes)! 의왕’과 ‘예스 구미’다.

하지만 의미는 천양지차다. 의왕시는 슬로건에 대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정신, 열린 마음을 총체적으로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구미시는 “젊음이 넘쳐나는 도시(Young/Youthful), 전자산업 도시(Electronics),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도시(Satisfaction)의 영어 이니셜”이라고 부연한다.

그러나 ‘예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두 도시에 내포돼 있는 거대한 뜻을 알아채기는 어렵다.

‘울산 포 유’와 ‘김해 포 유’도 앞머리의 도시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슬로건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슬로건은 논산의 ‘예스민'(Yesmin)이다. 예스민은 ‘영'(Young), ‘에너제틱'(Energetic), ‘스탠더드'(Standard), ‘마스터'(Master), ‘인'(In), ‘논산'(Nonsan)의 앞 글자를 따 만든 표어다.

‘선비의 고장’, ‘예스’, ‘예가 스며 있다’는 취지로 제작됐는데,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이러한 영어 슬로건은 선호도가 높고 부르기 편한 단어를 지역 명칭과 조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도시의 특색이 담겨 있지 않고, 차별적이지도 않은 슬로건은 오래 기억되지 못한다.

최낙원 브랜딩리드 대표는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을 논할 때 유사성은 극도로 피해야 할 대상”이라며 “감성적이면서도 자극을 주는 도시 슬로건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도시 슬로건과 시정 목표 등이 혼재돼 있고, 도시 슬로건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광주광역시의 슬로건은 ‘투어 파트너 광주'(Tour Partner Gwangju)인데, 홈페이지의 슬로건 소개 페이지를 제외하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정 목표인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광주시민’이 상단부에 크게 배치돼 있다. 비용을 투입해 만든 도시 슬로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의 장이 교체될 때마다 도시 슬로건이 폐기되는 사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07년 11월과 오늘날의 도시 슬로건을 비교하면 많은 도시가 차이를 보인다. 당시 고양은 ‘레츠 고양'(Let’s Goyang), 구리는 ‘아이 러브 구리’, 수원은 ‘해피 수원’, 시흥은 ‘와우 시흥'(Wow Siheung), 안산은 ‘브라보 안산'(Bravo Ansan), 용인은 ‘에이스 용인'(Ace Yongin)을 채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슬로건들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또 현재 슬로건이 없는 도시 중에는 지난 6월에 열린 지방 선거에서 시장이나 군수가 바뀐 곳이 적지 않다.

최낙원 대표는 “지자체장이 바뀌면 슬로건도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도시 슬로건이 마치 지자체장의 슬로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꼬집었다.
황인석 교수는 “일단 슬로건을 만들면 예산을 배정해 꾸준히 홍보 활동에 나서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재원이 부족해 흉내 내기에 그치는 지자체가 많다”고 말했다. (인용 끝)

기사 원문 바로가기 : www.yonhapnews.co.kr/bulletin/2014/11/21/0200000000AKR20141121035600805.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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