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경쟁력, 네이밍마케팅 / 재미있는 네이밍 (머니위크)

이름이 경쟁력, 네이밍마케팅 / 재미있는 네이밍 (머니위크)

By on 2015-02-10 in BrandingLead News | 0 comments

이름은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업들에게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머니위크>는 기업들의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네이밍마케팅을 분석하고 작명자를 만나 네이밍 과정과 의미 등을 알아봤다. 또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OO데이’의 의미를 살펴보고 ‘데이마케팅’이 단순한 상술인지 고객 마음을 훔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지도 파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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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청국장 발랐는데 어때?”, “청국장 하나 바르는 것보다 색광에 청국장 겹쳐 바르고 환장까지 얹으면 완전 예뻐.”
한적한 버스 안, 여대생 A씨와 B씨의 ‘뜻 모를’ 대화에 귀가 쫑긋해진다. 청국장을 바르고 색광에 환장? 알쏭달쏭한 퀴즈는 이들의 파우치(화장품 보관가방)를 보자마자 풀렸다. 화장품업체 삐아의 아이메이크업(눈 화장) 제품명을 말한 것. 이 회사는 최근 ▲맛대맛(순한맛, 매운맛 등) ▲5광(색광, 팔광, 비광 등) ▲막장(염장, 환장, 고추장, 된장 등) 등 아이메이크업시리즈를 출시했다.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재치 있고 기발한 상품명에 1020세대들은 “정말 재미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제품명”, “센스 있는 네이밍”이라고 극찬했다. 실제 인기상품 몇몇은 출시 이후 품절되는 등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줌인더주
– 에뛰드 하우스 ‘줌인더주’ 시리즈

 

◆ 경쟁사회 생존전략, ‘펀 마케팅’

최근 들어 상호명·상품명 등 브랜드에 ‘재치’를 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른바 ‘펀(FUN) 마케팅’으로 업종을 막론하고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네이밍을 내놓는 사례가 늘어난 것.

이에 대해 네이밍전문업체인 브랜딩리드의 최낙원 대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정의했다. 최 대표는 “경쟁은 나날이 심화되는데 소비는 늘지 않는다”며 “눈길도 안 주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 유머러스하고 특이한 네이밍을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들어 특허청에 출원된 상표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특성이 식음료업계와 화장품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식음료업계의 경우 유사한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유머가 섞인 네이밍을 선택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식음료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중 명예퇴직자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화장품업계의 경우 저가화장품이 등장하면서 유머러스한 네이밍이 등장했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에뛰드하우스도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인기를 끌었다. 10~20대를 겨냥한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는 매니큐어(네일)제품 내 ‘줌인더주’ 시리즈를 통해 ‘쿵푸고수 레드팬더’, ‘춤추는 플라밍고’, ‘터덜터덜 터틀’, ‘둠칫둠칫 코끼리’ 등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네이밍을 선보였다. 에뛰드하우스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와 매일 수많은 제품이 출시되는 메이크업시장에서 타사와의 차별성을 살리고 네이밍에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특징을 담아내고자 노력한다”며 “특히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나라 말의 특징과 맛을 살리는 데 포커스를 맞춘다”고 전했다.

브랜딩리드에 따르면 지난해 출원된 상표 중 식당업을 중심으로 ‘닭치시오’, ‘이게머꼬’, ‘구우면돼지’, ‘니도돼지 나도돼지 다 돼지’ 등 웃음을 유발하는 네이밍이 여럿 등장했다. 최 대표는 “자조적인 한탄이 나올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힘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이름에 어원도 설명도 없지만 최소한 웃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맛·청결·서비스 등 기본적인 조건과 상관없이 한번쯤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며 “유머기법의 네이밍이 지향하는 방향이 바로 이와 같은 아날로그 감성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시발자동차
– 시발자동차/자료제공=지식경제부

신당동떡볶이
– 자료제공=해태제과

 

◆ 시발! 자동차의 첫 탄생

고급스러움을 강조할 것 같은 자동차업계에서도 재치 있는 네이밍을 찾을 수 있다. ‘시발'(始發). 어감부터 강렬한 이 차명은 지난 1955년 국내에서 만든 첫 자동차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를 풀어보면 알 수 있듯 욕설이 아닌 ‘새것’, ‘첫출발’을 의미한다.

최초의 국산자동차인 시발자동차는 광복 10주년을 기념한 1955년 산업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후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시발자동차의 인기는 대단했다. 상류층사회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한 ‘시발계’가 등장했으며 ‘시발택시’, ‘시발버스’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어감이 주는 상스러운 느낌과 달리 로고는 한글풀어쓰기 방식으로 ‘시-바ㄹ’로 표현됐다. 오창섭 건국대 교수는 “‘첫출발’을 의미하는 ‘시발’이라는 한자어가 풀어쓰기 방식으로 표현됨으로써 한글 단어라기보다는 추상적 이미지처럼 느껴진다”며 “‘시-바ㄹ’이라는 로고에는 한글로 이국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모순된 욕망이 묻어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선 차명에 ‘유머코드’를 담는 업체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브랜드 네이밍에 ▲동물 ▲신화 ▲음악 ▲높은 신분 ▲지명 등을 차용한다. 예컨대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준대형 세단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당하고 품격 있는 외관, 안정적인 승차감과 최상의 정숙성을 동시에 지닌 차별적 가치를 사자의 특성에 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전까지는 거대하고 위대한 느낌을 주는 차명을 즐겨 찾았다면 최근에는 차의 성격과 콘셉트에 맞는 차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머기법의 네이밍이 호기심과 친근감을 배가시키고 서비스산업에서 고객 유인력을 높일 수 있지만 ▲적용영역이 한정적인 점 ▲고품격 이미지를 연출하기 어려운 점 ▲부정적인 이미지가 나타날 수 있는 점 등은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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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은 제품명 ‘인기’  

‘신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로포즈.’ 무려 24자나 되는 이 제품명은 해태제과가 지난 2009년 출시한 과자의 제품명이다. 이밖에도 ‘브이라인 얼굴 옥수수 수염차’, ‘천일염과 참기름으로 살짝 두번 구운 조미 김밥용김’, ‘목초를 먹고 자란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 ‘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해물맛 소시지’ 등 네이미스트들은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10자가 넘는 과감한 제품명을 선택하고 있다.

상품명을 길게 늘어 쓴 ‘문장 설명형 네이밍’은 최근 들어 식품·뷰티업계 등에서 즐겨 찾는 형식이다. 간단명료하게 단어 하나로 제품을 설명하거나 한 단어에 의미를 축약해서 담는 ‘단어 설명형 네이밍’과는 반대된다.

신성희 경희대 식품영양학과생 5명이 쓴 ‘음료의 긴 네이밍이 소비패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밍이 길어지는 것은 웰빙 바람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료를 알고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요구와 사회적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보고서는 “서술적 이름은 제품의 주요성분이 잘 전달돼 제품을 이해하기 쉽고 신뢰성도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의 경우 긴 네이밍이 식음료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건강 및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자대학생에게서 더욱 큰 구매와 웰빙인식에 따른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type=1&no=2014103016278020192&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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