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의 슬로건, 잘 아시겠습니까 (연합뉴스-도시브랜드)

이 도시의 슬로건, 잘 아시겠습니까 (연합뉴스-도시브랜드)

By on 2015-02-14 in BrandingLead News |

하기는 2014년 11월 21일 연합뉴스의 ‘도시브랜드’에 대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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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도시도 마케팅의 대상이 된 시대다. 다른 장소와 차별화되는 개성과 특징을 나타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인지도와 홍보 효과를 높이고 좋은 이미지를 선점해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한 도시를 짧고 압축적인 말로 표현한 슬로건 역시 이러한 연유에서 탄생했다.

국내에 도시 슬로건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서울시는 2002년 10월 새로운 슬로건인 ‘하이 서울'(Hi Seoul)을 공개했다.

또 2006년에는 ‘아시아의 영혼’을 의미하는 ‘솔 오브 아시아'(Soul of Asia)를 ‘하이 서울’의 서브 슬로건으로 정했다.

‘하이 서울’ 이후 전국에는 슬로건 만들기 열풍이 불었다. 특별시·광역시·도 등 광역 지자체는 물론 시·군 단위의 기초 지자체도 열기에 동참했다. 10여 년 동안 지역 특성을 드러내거나 도시의 지향점을 담은 문구가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도시 슬로건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2년에 발표된 논문 ‘도시 정체성과 도시 브랜드의 영향 관계 및 인지 특성 분석’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서울 시민과 전문가의 경기도 내 시·군에 대한 인지도는 65.5%인 데 반해, 슬로건을 비롯한 브랜드 인지도는 14.1%에 그쳤다.

수원, 성남 같은 도시 자체는 머릿속에 있지만, 슬로건과 로고 같은 브랜드는 명확하게 자리 잡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슬로건 보유 75%, 우리 도시의 슬로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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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치기 마련인 도시 슬로건은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자체의 슬로건 보유 비율을 확인하기 위해 광역 지자체를 비롯해 구, 제주시, 서귀포시를 제외한 시·군의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도시 슬로건은 대개 그 지역을 소개하는 페이지의 ‘상징물’ 코너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일부 지자체는 한글 홈페이지 대신 영문 홈페이지에만 슬로건이 노출돼 있었다.

조사 결과 지자체의 슬로건 보유 비율은 75.1%에 달했다. 특히 17개 광역 지자체는 강원도를 뺀 모든 지역에 슬로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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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다이내믹 부산'(Dynamic Busan), 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은 ‘플라이 인천'(Fly Incheon)을 내세우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된 세종시 또한 ‘세상을 이롭게, 세종’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시·군은 광역 지자체보다는 슬로건 보유 비율이 조금 낮았다. 그중에서도 충청북도와 전라북도, 경상북도에 위치한 시·군은 보유율이 60%대에 그쳤다.

반면 경기도와 충청남도는 80% 이상의 지역이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었다. 152개 시·군 가운데 슬로건이 없는 곳은 41개에 불과했다.

도시 슬로건은 한글 혹은 영어로 제작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글과 영어 슬로건을 함께 쓰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한글보다 영어를 선호하는 지역이 많다.

영어 선호 현상은 광역 지자체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세종과 슬로건이 없는 강원도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영어 슬로건을 활용하고 있다.

대구는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대전은 ‘이츠 대전'(It’s Daejeon), 울산은 ‘울산 포 유'(Ulsan for You), 충청남도는 ‘충남, 하트 오브 코리아'(ChungNam, Heart of Korea)가 슬로건이다. 서울도 별도의 한글 슬로건은 없다.

시·군은 한글과 영어 슬로건의 수가 비슷하다. 경상남도의 기초 지자체는 한글 슬로건이 영어 슬로건보다 훨씬 많다.

재미있는 사실은 역사가 유구한 도시도 주로 영어로 슬로건을 제작했다는 점이다. 고도(古都)로 지정된 경주, 공주, 부여, 익산 가운데 한글 슬로건을 보유한 도시는 부여와 익산뿐이다.

◇ 어떤 정보를 담을 것인가, 슬로건의 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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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슬로건은 축약된 정보다. 슬로건을 접하는 순간, 한 도시의 인상이 정해진다. 전문가들은 도시 슬로건에 입지, 느낌, 환경, 매력 등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한다.

거개는 이상적 가치, 역사와 유산, 특산물과 지리적 위치, 아름다운 자연환경, 도시의 명칭 등이 슬로건의 소재가 된다.

광역 지자체와 시·군의 한글 슬로건을 종류별로 들여다보면 이상적 가치를 담은 슬로건이 27개로 가장 많다. 그리고 자연환경, 역사와 유산이 투영된 슬로건도 적지 않다.

이상적 가치는 도시의 미래가 밝고 시민의 삶이 행복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성남의 ‘시민이 행복한 성남’, 의정부의 ‘의정부 행복특별시’, 화성의 ‘길이 열리는 화성시’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도권에 이러한 슬로건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문화유산이 있거나 사서에 자주 오르내렸던 고장은 역사를 강조한다. 구리의 ‘고구려의 기상, 세계 속의 구리시’, 군위의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가 역사를 이용한 슬로건에 해당된다. 남원의 ‘춘향남원, 사랑의 1번지’는 구전돼 오는 옛이야기를 활용한 사례다.

특산물은 슬로건을 짓기에 매우 좋은 재료다. 일례로 죽녹원, 대나무 테마파크 등 대나무 명소가 산재한 담양의 슬로건은 ‘대숲맑은 담양’이다. 또 차로 유명한 보성은 ‘녹차수도 보성’, 곳곳에 울창한 송림이 자리한 강릉은 ‘솔향 강릉’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자연환경을 이용한 슬로건도 두루 쓰인다. 지방 도시 중 상징물을 활용하지 않는 곳이 이러한 슬로건을 채택한다. 제천의 ‘자연치유도시 제천’, 서천의 ‘세계 최고의 생태도시 어메니티 서천’은 모두 생태 여행의 적지임을 드러내는 표어다.

언어유희 같은 도시 슬로건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아이 엠 스테르담'(I am sterdam)에서 보듯, 이러한 슬로건은 외국에 많다. 국내에는 ‘당찬 당진’, ‘장수만세’, ‘거창韓(한) 거창’ 등이 지명을 활용한 슬로건으로 꼽힌다.

영어 슬로건은 한글 슬로건보다 짧고 단순하다. 대다수는 명사나 형용사 뒤에 도시 이름을 붙이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광역 지자체의 영어 슬로건만 해도 15개 중 8개가 이러한 형태로 이뤄졌다. 지명이 들어가지 않은 영어 슬로건은 경기도의 ‘글로벌 인스퍼레이션'(Global Inspiration)과 충청북도의 ‘바이오 밸리 & 솔라 밸리'(Bio Valley & Solar Valley)밖에 없다.

종류별로는 한글 슬로건처럼 이상적 가치를 구현한 슬로건이 많다. 안양의 ‘에이플러스 안양'(A+ Anyang), 평택의 ‘뉴 센터 오브 이코노미'(New Center of Economy), 군산의 ‘드림 허브'(Dream Hub)는 도시의 웅대한 꿈을 대변하는 문구다.

영어 슬로건 중에는 방문을 권유하거나 단순한 문장 같은 표어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 같은 슬로건에는 옥천의 ‘유어 옥천'(Your Okcheon), 상주의 ‘저스트 상주'(Just Sangju) 등이 있다.

한편 영어 슬로건에는 ‘다이내믹 부산’처럼 역동성과 흥겨움을 살린 것도 적지 않다. ‘액티브 양산'(Active Yangsan), ‘라이징 사천'(Rising Sacheon), ‘파워풀 포항'(Powerful Pohang) 같은 슬로건은 생동감과 힘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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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슬로건과 영어 슬로건의 빈도 분석 결과 ​

그렇다면 도시 슬로건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무엇일까. 도시, 고장, 수도, 땅 같은 단어를 빼면 한글 슬로건에서는 ‘세계’와 ‘자연’이라는 말이 가장 빈번하게 쓰였다. ‘행복’, ‘사람’, ‘사랑’, ‘생명’ 같은 명사도 여러 도시의 슬로건에 포함됐다.

영어 단어는 꿈을 의미하는 ‘드림'(Dream)의 빈도가 가장 높았다. 생명을 뜻하는 ‘라이프'(Life), 행복하다는 ‘해피'(Happy), 새롭다는 ‘뉴'(New)도 중복 사용됐다. (인용 끝)

기사 원문 바로가기 : www.yonhapnews.co.kr/bulletin/2014/11/21/0200000000AKR20141121035500805.HTML?input=119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