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원 브랜드 운용의 아쉬움

청정원 브랜드 운용의 아쉬움

By on 2015-02-14 in Brand Column | 0 comments

본 칼럼은 지난 2012년 5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청정원의 BI도 바뀌었고 다소 치기어린 내용도 있지만, 그 때의 생각이 여전히 유효한 듯 하여 홈 페이지에 다시 올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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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인터넷 써핑을 통해 찾아낸 몇몇 청정원 제품을 보고 있다.

종합

누구나 알다시피 청정원은 국내 최고의 식품 브랜드 중 하나이다. 2010년/11년 연속으로 국가브랜드대상에 빛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또한 ‘청정원’ 검색어로 인터넷 써핑을 하면, 브랜드 성공사례로 칭송하는 각종 칼럼,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탄생 과정, 성공 요인, 신제품 출시, 각종 시식 사례 등등…

그런데, 무언지 몰라도 아쉬움이 남는다.
어쩐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한데… 그 이유를 찾기가 모호하다.
정갈한 로고, 깔끔하게 정리된 패키지, 맛을 가득 담은 씨즐감… 도대체 왜 이상하게 보이지?

아하 –

하나같이 ‘청정원’인데…
‘청정원’이 보증하고 있는데…
‘청정원’이 보이지 않는구나 !

뛰어난 지략과 용기, 탁월한 전투능력을 가진 장군이 있었다. 너무도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에 장군이 탄생한 왕국보다 주변 왕국에서 오히려 더 난리가 날 정도였다. 온갖 질투와 선망과 한탄이 쏟아졌다. 그럴수록 장군의 명성은 더욱 높아져 가고 장군이 가는 곳마다 승리의 열매는 모두 장군의 것이 되었다.

세월이 지나고… 날마다 전투가 벌어지고…그래도 여전한 장군의 명성 !
그렇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러한 세월이 되풀이될 뿐이었다.

장군은 승리하는데 전과는 자꾸 빈약해지고 있는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장군이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군의 명성에 겁을 먹던 적군들은 점차 장군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장군이 나타나도 큰소리치는 적군마저 생기게 되었다. 피곤에 지치고 늙어버린 장군의 뒷모습이 가끔씩 노출되자 거꾸로 이제 해볼 수 있겠다 하는 적군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장군의 상황은 왕국내에서도 몇몇 사람이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뿐, 장군을 대신할 만한 또 다른 장군이 없는 상황에서…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큰 전투이든 작은 전투이든 가리지 않고 장군을 파견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장군은 전투에 파병된다. 대규모 회전이든 작은 게릴라전이든 전투만 생기면…

구원투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오늘도 장군은 투구끈을 고쳐매야 한다. 이제 왕국이 진정으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장군이 지는 날이 오거나, 지쳐 쓰러지는 경우이다. 혹시 청정원이 그 장군 아닐까?

‘미원’을 대신하는 통합 브랜드 역할을 짊어지고 1996년을 전후로 탄생한 청정원은 가장 성공적인 식품 통합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식품 분야에서 숱한 찬사와 부러움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출발 초기부터 식품 통합 브랜드를 지향하였고, Name / BI Design 모두 신선하고 깨끗한 자연을 정성스럽게 담아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몇몇 기사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탄생 초기 청정원은 일반식품류인 장류, 양념, 식초, 김, 미역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확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커피류는 로즈버드, 냉동식품류인 돈까스, 스테이크, 피자, 버거류 등은 Cook & Joy) 그리고, 최초 적용 제품은 ‘청정원 진육수’였다.

99년 1월 11일자 매경을 보면, 96년 청정원 런치 이후 마케팅 비용을 약 600억 정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난다. 초기 런칭 비용으로 보아야 하니까 얼추 년간 300억이 넘는 거금이다. 이러한 이미지 강화 전략에 힘입어 청정원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또 완벽하게 식품 시장의 큰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2012년 현재, 주식회사 대상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종합식품 패밀리 브랜드로서의 청정원 위상은 더욱 확고해져 있다. 주식회사 대상을 대표하는 가장 큰 브랜드가 청정원인 것이다. 그 외 주요 브랜드로는 로즈버드(커피), 참작(육가공), 쿡조이(레토르트), 미원(조미료) 등의 패밀리브랜드가 있으며, 순창(고추장 등), 햇살담은(간장), 오푸드(유기농), 홍초(마시는 식초), 선생(자연재료 조미료) 등 다양한 라인브랜드도 나타난다.

그러면, 주식회사 대상에 있어서 ‘청정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다음을 보자

통합 2

자연재료 조미료인 ‘맛선생’을 보증하는 것은 청정원이다. 유기농 제품인 ‘오푸드’의 보증기능도 청정원이 담당한다. 고추장도 청정원, 심지어 마시는 홍초도 청정원이 최상위 브랜드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브랜드 하이어라키 측면에서 보면, 최고 중의 최고 – 가장 정점의 위치에는 예외없이 청정원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전통식품, 원료식품, 육가공식품, 소스류, 심지어 음료 제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놀라운 편재성 –

청정원은 통합 브랜드로서의 차별화 기능을 넘어 사명 (Corporate Brand)의 영역인 보증, 신뢰 역할까지 수행 중이다. 즉, 완벽한 대중화의 길로 진입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일까?

풀무원도 동원도 심지어 씨제이조차 그러한 방식으로 개별 브랜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 않은가 ?

국내 대형 식품사 중, 사명 (Corporate Brand)이 해야 할 일을 브랜드가 하고 있는 곳은 주식회사 대상이 유일하다. 그만큼 청정원 이라고 하는 브랜드의 파워가 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신제품을 출시하려고 계획하는 순간, 아직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맛선생, 오푸드’ 등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청정원의 지원이 거의 절대적인 상황이다.

신제품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청정원의 뒷받침은 시장 진입의 가장 중요한 ‘패스포트’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널리 알려진 ‘청정원’ 제품이라는 것 하나로, 유통의 어려운 난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매대 확보조차 어려운 중견 식품사 대비 이는 얼마나 큰 플러스 효과인가. 가격을 책정하는데 있어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 청정원이 가진 ‘신선하고 깨끗한 자연을 정성껏 담아내 식품’ 이미지는 식품 관련 거의 모든 제품에서 사용 가능한 포괄적 컨셉이다. 더불어 ‘청정원’은 고품격 이미지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따라서 신제품 가격 책정의 선택폭을 상당히 넓혀 준다는 장점도 생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청정원은 보증수표와 다름없다. 맛도 원료도 믿을 만한 브랜드인 것이다. 그래서 청정원 그 자체가 있는 것만으로도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가 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신제품이 나타날수록 청정원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여기저기 청정원이 보이기에 다른 사람들도 많이 구매하는구나 하는 안도감마저 드는 것이다. 이는 혹시 제대로 만들었을까, 맛 없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까지 낳게 한다.

국내 최고의 브랜드 명성에 빛나기에 이처럼 청정원 제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판매하는 입장에서나 사는 입장에서나 기분좋은 결과가 연속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고려해 볼 점은 그러한 기분좋은 결과는 개별 제품 측면에서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청정원 라인확장의 다양한 장점은 개별 제품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가격을 뒷받침해 주며 더 나아가 각 개별 제품간 시너지 효과까지 도모한다는 부분이다. 그것이 통합 브랜드인 청정원의 이미지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효과일까?

달도 차면 기운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도 있다.
개별 브랜드에 힘을 실어주다 보면 힘을 실어주는 쪽은 그만큼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워낙 많은 단품 제품에 청정원이 적용되다 보니, 사실 청정원은 청정원이 아닌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고유의 특성은 점차 사라지고 신뢰, 보증 기능만 부각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신뢰, 보증은 사명 (Corporate Brand)가 맡아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다. Corporate Brand는 태생 자체가 대중적인 이미지를 지향하고, 무색무취하며, 다양한 곳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신뢰, 보증 역할은 Corporate Brand가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믿을만한 품질의 회사라는 것, AS 등에 문제가 없다는 것 등의 역할이 Corporate Brand의 최우선적 역할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주식회사 대상에서는 그 역할을 청정원이 담당하고 있다.
그 결과, 청정원은 대중 브랜드로 점차 이미지가 바뀌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기적으로 보면 청정원은 고품격 브랜드도 아니고, 특정 제품군에서 탁월한 매니아층을 확보한 브랜드도 아니게 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살펴보면 청정원은 80-90년대 화장품 브랜드가 선호했던 징검다리 전략을 즐겨 구사한다.

오푸드가 카테고리 브랜드로 탄생하면 자연스럽게 ‘청정원 오푸드’로 지칭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마시는 홍초도 ‘청정원 마시는 홍초’로, 카레여왕도 ‘청정원 카레여왕’으로…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수많은 제품을 출시하다 보면 몇몇 제품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전략 제품이 아니라 구색제품으로 전개할 수 밖에 없는 신제품도 나타날 수 있다. 원료도 마찬가지 아닐까. 국산 원료 100%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외 원료를 가져다 쓸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나타난다. 모든 제품을 자사에서 만들 수도 없는 노릇 – OEM 제품도 나타날 것이다. 이 모든 곳에 청정원이 있다면… 그 때의 청정원도 ‘신선하고 깨끗한 자연을 정성으로 담아낸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어떤 청정원은 맛이 없고, 어떤 청정원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청정원이 가진 핵심 속성은 점차 무디어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과감하게 ‘청정원’의 살을 빼는 것을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단품들로 인해 현재의 청정원은 비만에 빠진 것 같다.

자식도 너무 많으면 모두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고, 학생이 너무 많으면 담임선생님이 일일이 개인 성향까지 맞추어 상담하기 어렵다. 살이 너무 찌면 걷기도 불편할 것이다.

따라서 자식 걱정부터 하지 말고 학생 걱정부터 하지 말고, 부모 본인 / 선생님 본인의 건강상태부터 체크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별 제품의 입장에서 청정원의 상태를 살피면 안 된다.

지금까지 꼬박꼬박 주던 연금을 안 주겠다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제품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철저하게 청정원 입장에 서서 청정원 이미지에 장애가 될 만한 제품들부터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때 청정원의 핵심 속성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할 일은 ‘대상’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로는 통합 브랜드의 기능을 Corporate Brand인 ‘대상’이 일부분 맡아도 충분한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대상웰라이프도 있지 않은가. 제일제당이나 풀무원 심지어 제과업체 등 식품 관련 타사들을 보면 대부분 신뢰, 보증 기능을 사명에 맡기고 있다. 사명은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이 대중적 속성을 가진다. 어떤 산업 영역에서든 Corporate Brand가 신뢰 / 보증 기능을 담당하지 않으면,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참치 하면 ‘동원’이었던 동원그룹에서조차 ‘동원’을 대표 통합 브랜드로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광고 등을 통하여 ‘대상’의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스포츠 구단 창단 등을 통한 시도도 그럴듯해 보인다. 대상 그룹은 다양한 계열사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에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도 증대할 것이다.

그리고 검토할만한 또다른 대안은 카테고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몇몇 대표적인 우수 제품에서는 청정원을 떼어내고 카테고리 브랜드만으로 전개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해당 제품이 성공할 경우, 청정원의 도움없이 카테고리 브랜드의 파워가 강화되는 결과를 낫는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을 통하여 ‘청정원’의 편재성이 사라지게 되면, 점차적으로 청정원의 핵심 속성이 다시 부각되지 않을까… 정말 중요한 제품에만 청정원이 적용될 때, 해당 제품은 지금보다 훨씬 더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제품이 될 것이다. 회사 전체적으로 볼 때도 그 때의 매출이익이 지금 상태의 매출이익보다 더 크게 되지 않을까.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전체적인 이익의 최적화이기에…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청정원의 이미지 범람이 너무 많이 이루어져 이제 손 쓸 수 없는 상태인가 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상태라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방식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대중화되는 청정원은 더 많은 신제품을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 주기에… 그렇지만, 이 경우는 고품질 시장을 겨냥한 또다른 ‘청정원’을 만든다는 가정하에서다. 대중화된 브랜드만으로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기가 어렵다면 기존 카테고리 브랜드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브랜드를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동원 통합

동원F&B와 주식회사 대상을 비교하다 보면 브랜드 운용 방식이 서로 다름을 확인 할 수 있다.
출발은 비슷했다. 한 회사는 참치 전문사로, 또다른 회사는 조미료 전문사로… 그렇지만 종합식품회사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택한 브랜드 운용 전략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동원F&B의 경우, 청정원과 같은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 아니면, ‘동원’ 그 자체의 범용적 이미지 확산이 올바르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동원’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브랜드 운용의 틀을 잡았다. 그 결과, CI로서의 ‘동원’과 BI로서의 ‘동원’이 서로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 방법의 어려운 점은 상대적으로 이미지 변신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청정원처럼 새로운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새로운 기억을 탄생시키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을 새롭게 바꾸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계열사 확장의 용이성 등 넓은 의미에서 보면 상대적인 장점이 더 많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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