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저작권? 서체저작권? 6.고소만능주의의 문제점

폰트저작권? 서체저작권? 6.고소만능주의의 문제점

By on 2016-06-21 in Brand Column | 0 comments

지금까지는 폰트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침해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칼럼을 만들어 왔다. 이제 그 반대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알다시피 폰트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것은 수많은 정성을 동반하는 작업이다. 기존 폰트를 일일이 분석하고, 그와 유사한 스타일을 피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4,000여자가 넘는 글자를 하나하나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폰트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2~3개월에 걸쳐 몇몇 폰트디자이너를 동원하여야 한다.

그런데 폰트프로그램을 만들고 나면, 참으로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누가 그 폰트프로그램을 사 준단 말인가? 임대료, 월급 등도 지급하면서 회사 경영을 정상적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구매하는 회사 (개인)가 나타나지 않는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처럼 저작권 침해에 관대한 나라도 드물다. 온갖 소프트웨어가 불법으로 다운로드받기 용이한 구조이며, 몇 백만 원 하는 소프트웨어도 무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상황에서 폰트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익을 남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힘든 회사경영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불법 사용자들을 색출하여 그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비즈니스 행위이다. 적법하게 취득하지도 않은 폰트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기들은 그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였으니… 그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렇게나 열심히 폰트프로그램을 개발하였는데,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야속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그에 알맞은 징벌을 내리기로 하였다 …

– – – – – – – – – – – – – – – – – – –

이제 그 반대논리로 생각해 보자.

첫 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아무도 그들에게 폰트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폰트프로그램 개발회사는 그러한 한국적 상황을 잘 알고 있고,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폰트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그렇다면 자기들이 만든 폰트프로그램을 가급적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가격으로 시장에 유통시켜야 한다. 비싼 가격에는 아무도 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폰트프로그램 하나에 몇 백만 원 … 하고 부르는 것은 정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폰트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기 위하여 폰트프로그램 개발회사가 들이는 비용은 평균 2천만 원 내외일 것이다. 3~4천정도 소요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다소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다.

그렇게 개발된 폰트프로그램을 20만원에 200명에게만 판매하여도 4천만 원 내외가 된다. 그 정도의 판매고를 달성한 경우, 그 이후에 나오는 비용은 순수한 이득이 될 것이다. 왜? 더 이상의 가공비가 없지 않은가? 복제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한 하나의 폰트프로그램을 온갖 방법으로 세밀하게 나누어 몇 백만 원의 비용으로 판매하려고 하는 것이 현재의 폰트프로그램 개발사 비즈니스이다. 따라서 10명 내외의 회사 (개인)들이 해당 폰트프로그램을 산다고만 가정해도 … 어쩌면 개발비를 넘는 순익이 나오게 된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한 범용 폰트프로그램 하나를 몇 백만 원에 사 줄 회사, 개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현대카드, KT 등 기업이 오로지 자기만 사용하겠다고 직접 의뢰하여 만드는 폰트프로그램이 아닌 경우에.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그동안 몇몇 선도적인 폰트프로그램 개발회사가 눈부신 실적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내용증명, 형사고소,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겁이 덜컥 난 일반인, 중소기업 등의 약점을 공략하여 상당히 많은 순익을 남긴 폰트프로그램 회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마 디자인 업계에서는 그러한 회사가 어디인지 …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후발 폰트프로그램 개발회사가 그러한 비즈니스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박리다매로 힘들게 영업하는 것보다, 불법을 유도하여 협박하는 자세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그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조력을 아끼지 않는 법무법인도 있을 것이다. 소위 배웠다는 분들인데 … 참으로 살기 부담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은 어떤 것일까?

1년 전 사건을 넘어 10여 년 전 불법사례까지 뒤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저작권 개념이 다소 생소한 시절에 무료폰트인 것처럼 유포시킨 각종 폰트프로그램을 무심코 이용했던 과거 전력까지 샅샅이 훑어내며 전국민을 잠재 범죄자로 몰아가는 마녀사냥 스타일이 오늘도 반복되고 있다고 하겠다. 법에 정통한 분들이 하시는 비즈니스이기에 물론 ‘불법’이 아니다.

– – – – – – – – – – – – – – – – – – –

*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 저작권 침해는 불법 행위입니다.
* 본 칼럼은 특정 ‘폰트프로그램 개발회사’를 비난하기 위하여 만든 것은 아니며,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내용증명, 형사고소, 손해배상 등)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 작성되었습니다.
* 본 칼럼에서는 ‘서체개발회사’라는 용어 대신 ‘폰트프로그램 개발회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폰트저작권’이라는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 본 내용은 브랜드콘테스트 블로그( http://blog.naver.com/brandcontest/220741741431 )에도 실려 있습니다.

댓글 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