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방법 10 – 뒤집기 / 합성형)

네이밍 (방법 10 – 뒤집기 / 합성형)

By on 2015-02-28 in Brand Column | 0 comments

‘로꾸꺼’는 2007년 슈퍼주니어가 발표한 노래이다. ‘통술집 술통 소주 만병만 주소’와 같은 가사가 실린 노래인데, 앞에서도 뒤에서도 동일한 의미를 전달하는 몇몇 가사들이 나온다. 언어유희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이와는 스타일이 다소 다르지만 영어 단어의 앞뒤를 바꾸는 ‘뒤집기’ 기법은 방법론상 ‘로꾸꺼‘와 동일한 개념으로 보아도 된다. 다만, 그러한 사례를 찾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왜냐 하면 뒤집어도 발음이 용이해야 하고 나아가 등록 가능성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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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뒤집기 기법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Olleh’다. KT의 통합브랜드에 적용된 ’Olleh’는 뒤집으면 ‘Hello’가 된다. 이러한 스타일로 ’Efil’ 같은 사례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Life’를 뒤집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2가지 사례를 들고 나니 뒤집기 기법이 적용된 브랜드가 더 이상 생각나지는 않는다. 몇몇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많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적은 사례를 가진 방법론을 네이밍 기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필자는 과감하게 Yes라고 이야기한다.

왜냐 하면 다양한 네이밍 과정에서 거의 모든 네이밍 전문가가 한번쯤은 이러한 기법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합성어, 조어, 결합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도 마땅한 네임이 나타나지 않을 때 뒤집으면 안 될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다만, 한글은 뒤집기가 힘들다. (여보게 저기 저게보여 / 여보 안경 안보여 … 와 같은 ‘로꾸꺼’의 다른 가사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한글’이니까 ‘글한’, ‘독특’하니까 ‘득톡’하기는 다소 부담스럽지 않은가. 한글은 음절형태여서 뒤집으면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로 바뀌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반사’를 바꾸면 ‘사반다’ 아닌가! 무언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다만, 알파벳 배열을 바꾸는 방식인 영어가 네이밍의 ‘뒤집기’에서는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나의 사례를 생각해 보자. Smile을 바꾸면 Elims가 된다. 그런데 Elims를 보면서 Smile을 연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따라서 네임 그 자체로는 대부분의 뒤집기 브랜드가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런데 … 사인 (간판) 등에서 브랜드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면… 이는 홍보물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동영상의 시대이기에 그 기법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갑자기 눈이 둥그레지지 않을까? 뒤집은 것을 다시 뒤집는다는 개념은 Communication 효과에 힘을 더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하나만 더 예를 든다면… 언젠가 의류사업을 해보고 싶은 필자는 ‘Fashion’이란 단어에 많은 주목을 하였다. 비록 알파벳 자체가 7개여서 많기는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어떤가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여 만들 수 있는 네임은 ‘noihsaF’이다. 노이사프 – 의미를 알기는 어렵지만, 유러피언 스타일로 발음이 독특하다. ’noihsaF’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면 기존 트렌드를 다시 바꾼다는 ‘Creative Fashion’이라고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복잡한 브랜드 의미구조는 뒤로 하고 홈페이지 등에서 로고를 빙글빙글 돌리기만 해도 무엇이 나타날까? 그렇다. 바로 ‘Fashion’이 나타난다. 이는 사인 (간판)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실내용 LED 간판으로도 충분하다. 뒤집어진 noihsaF는 그 자체가 주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왜? noihsaF = Fashion 이기에. 인지도 확보를 위해 들여야 하는 마케팅 비용을 확 축소해도 되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러한 뒤집기 기법을 전개하려면 키워드가 쉬워야 한다. 가급적 알파벳도 많지 않아야 하고… 안타까운 점은 뒤집기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키워드는 거의 고갈된 상태라는 점이다. 의류, 화장품, IT 등 다수의 브랜드가 경쟁하는 B2C분야에서는 등록 가능성이 있는 네임이 갈수록 고갈되어 가고 있다. 특히 6 알파벳 이내에서는 조어조차 등록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뒤집기 기법의 결과는 대부분 조어 스타일로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뒤집기를 통하여 새로운 네임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발음도 좋아야 하고 등록가능성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네이밍 전문가들은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뒤집기를 시도한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Creative와 Awareness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차적인 장점은 뒤깁기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아주 멋진 조어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다.

뒤집기 기법의 일반적인 장점
– 네이밍을 위해 확보해 놓은 Keyword 만으로도 충분하다.
– 조어 스타일이기에 등록 가능성이 높은 경우도 있다.
– 어원 노출이 쉬워 Communication 비용절감이 용이하다.

뒤집기 기법의 일반적인 단점
– 다수의 후보안이 발음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
– 뒤집을 수 있는 자연어가 많지 않다.
– Screening 과정에서 최종안으로 선정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Client가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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