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트렌드 : 들어가는 말

네이밍 트렌드 : 들어가는 말

By on 2017-05-05 in Brand Column | 0 comments

‘네이밍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누가 말하더군요. 사실 믿기 어려운 의견입니다. 맞는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성립하기 힘든 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몇몇 사례를 들어 ‘이것이 트렌드다’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 뿐이지요.

매월 특허청에 출원되는 상표는 만 건이 훌쩍 넘습니다. 그 중 5%가 상품화된다고 가정해도 매월 500여개가 넘는 신규 브랜드가 출시된다는 의미이며, 이는 하루에 15개 내외의 신규 브랜드 탄생으로 해석됩니다. 만약 10%라면 매일 30개 이상의 신규 브랜드가 나오게 되겠지요. 그러한 신규 브랜드를 모아서 특성별로 분류한 다음에 ‘이것이 네이밍 트렌드다’ 라고 한다면 그 의견은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모집단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다양한 네이밍 방법을 간추려서 20여가지로 분류한 다음에 간단한 해석을 한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brandcontest/120199320304

당시 칼럼에서 트렌드라는 용어보다 ‘패턴’이란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 공시적 개념을 적용했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트렌드’라는 용어는 통시적 개념이 좀 더 강하지요. 따라서 이 칼럼에서 ‘트렌드’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네이밍의 방향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상징적인 네임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히트 브랜드였던 ‘하이트, 네이버, 래미안, 코웨이’ 등과 같은 상징적, 감성적 이미지의 네임은 분명 퇴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 중인 많은 네이밍 프로젝트에서 직감적이고 직설적인 네임에 대한 Client의 요구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더 나아가 장기적 관점으로 브랜드를 키우려고 하는 경영자 혹은 브랜드 매니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단기간 내 승부가 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에 출시 즉시 주목을 끌 수 있는 네임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있는 느낌, 문장, 압축형 등 직설적인 의미를 우선적으로 담을 수 있는 후보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습니다.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트렌드는 격음, 경음 사용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받침이 있는 네임에 대한 선호도도 상당합니다. 부드럽고 세련된 발음보다 투박하고 거칠더라도 기억용이성이 향상될 수 있는 네임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기와 같은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어떤 조사 전문가의 의견처럼 시장에서 ‘플레이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몇몇 대형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나머지 브랜드들은 스타트업과 같아서 메아리가 크지 않습니다. 브랜드의 세계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지배하게 된 것이지요. 글로벌화의 함정이라고 쓸쓸히 웃던 그 조사전문가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결국 몇몇 대형 브랜드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태어나자마자 고함을 지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 여기 있다’가 중요하게 된 것이지요. 선호도보다 인지도를 우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 인지도를 위해 선호도를 희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절박함이 네이밍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정보가 넘쳐나기에 ‘듣보잡’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는 무관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를 쓰고 기억의 사다리를 기어 올라온 브랜드에 대해서만 중소기업 제품이어도 눈길을 주게 됩니다. 구매하려고 했던 브랜드 대비 가격, 품질의 만족도가 충족된다고 판단되어야 구매 브랜드를 바꿀 수 있지요. 그 가능성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 ‘네이밍’이 부여받는 첫 번째 미션입니다.

네이밍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고 소비자입니다. 시장이 변했기에 네이밍도 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에 어떤 방향으로 네이밍이 흘러가는지 몇몇 사례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시장의 변화를 알 수 있는 흐름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트렌드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원래 네이밍의 세계에서는 트렌드를 쫓아가면 ‘Me Too’로 인식되는 경향이 매우 높습니다. Me Too는 브랜드의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네이밍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좋지만 … 그것이 절대 정답은 아니라는 의견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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