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공동브랜드 이야기 2 / 디자인 부문

농산물 공동브랜드 이야기 2 / 디자인 부문

By on 2015-02-14 in Brand Column | 1 comment

본 칼럼은 지난 2012년 6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당시와 비교하여 브랜드 현황이 다소 바뀌었지만 일부 유효한 내용도 있어서 홈 페이지에 다시 올려 봅니다. ^^

– – – – – – – – – – – – – – – – – – – –

검토에 들어가면서…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는 농산물 공동 브랜드의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일종의 ‘기축통화’는 네임과 그에 따른 디자인 (이 때의 디자인은 BI를 의미함)이라고 할 수 있다. 네임을 얼굴이라고 한다면, 디자인은 의복에 비교된다. 아무리 훈남이라도 거지 차림새라면? ‘옷이 날개’아닌가 ! 또 다른 비유를 들자면, 네임이 줄기라면 디자인은 가지, 나뭇잎이다.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활엽수도 겨울이 되면 앙상해지고 볼품없게 변하듯 디자인의 도움을 받지 못한 네임은 그 자체만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가 극히 어렵다.

BI 디자인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로고와 표현 요소 그리고 칼라가 그것이다.

디자이너는 브랜드 로고, 표현 요소, 칼라 등을 활용하여 브랜드 네임이 가진 이미지를 정교화시키거나 확장시켜 브랜드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한다. 더 나아가 디자인 구성 요소 중 일부분을 디자인 패턴으로 발전시켜 패키지 혹은 사인, 차량 등에 적용하여 전체적인 브랜드의 통일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BI Design 에서 지향하는 핵심 방향은 ‘I’가 되는데, 이 때의 ‘I’는 Identity 이다.

따라서, Brand Identity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기초 작업을 의미한다. 명확한 Identity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브랜드의 모습이 상황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기에 특별히 BI와 관련된 Manual 까지 만들어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본 장에서 주로 언급될 브랜드도 지난 칼럼에서 인용된 50개 브랜드로 한정될 것이다.

따라서 통계적 수치는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지 않을 예정이다. 200여 개 이상의 표본을 추출하여 분석한다면 통계적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50개란 숫자는 너무 적다. 다만 하기도표를 참고하다 보면 어느 방향의 디자인 형태가 우세를 보이는지는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모음1

모음2

디자인 형태에 대한 검토

디자인 형태에 대한 이야기는 ‘심볼’ 디자인에서 출발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워드마크가 대세라고 주장하는 디자이너조차 2012년 현재까지도 심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CI (Corporate Identity)에서 그렇다. 심볼 스타일의 CI 디자인은 규모성을 강조하기 용이하고 무언가 Creative를 발휘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돈’값을 했다는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다.

LG 그룹 CI Design과 Sony의 CI Design을 비교해 보면 금방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Sony 스타일의 CI Design을 제안하면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이야기하던 제조사도 있었다. 무언가 큼지막한 도형을 받아 들지 않으면 디자인 개발을 위해 지불한 금액만큼의 값어치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엘지와 소니

그렇지만 심볼 스타일의 디자인은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밝은 세상에서 태어난 학설에 의하면, 심볼은 어쩔 수 없이 회사 이름과 분리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대상이 ‘심볼 그리고 회사이름’ 으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심볼을 인지시켜야 할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점점 더 정보의 홍수 속에 매몰되어가는 소비자 혹은 일반 대중을 위하여 커뮤니케이션 효과가 떨어지는 심볼을 배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금씩 힘을 얻어가다가, 이제는 심볼스타일의 반대편인 워드마크 스타일이 대세가 되게 만든 학설이 ‘커뮤니케이션 단일화 효과론’이다.

어두운 세상에서 태어난 학설은 좀 더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점점 좁아져 가는 지구촌이 되다 보니, 온 세상을 헤집고 다니는 네티즌, 미디어, 여행가, 유학생 등에 의해 유사한 심볼이 ‘루마니아에 있더라’ 라는 식의 소식이 금방금방 전해지게 되고 말았다.

디자인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나 디자인을 선정하는 입장에서나 이는 매우 곤혹스런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심볼을 개발한다는 것은 몇 차원을 뛰어넘어야 가능한 것이다. 3차원에서 4차원으로…정도가 아니다. 최소한 6차원급은 되어야 가능한 일 아닐까.

거의 대부분의 심볼은 삼각형, 사각형 혹은 원형 스타일로 전개된다. 이는 추상형 심볼에 해당된다. 구상형으로 들어가면 나뭇잎이나 별, 웃는 아이 등의 형태가 생각날 수 있다. 물론 선(線)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심볼도 가능하다. 그렇긴 하지만, 인간이 생각하고 형태로 나타낼 수 있는 심볼은 금방 바닥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멋진 프리젠테이션과 탄성을 자아내는 Creative 감각이 빛을 발휘하여 개발자나 선택자가 모두 박수를 치고 난 후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서 비보가 전해진다. ‘코스타리카에 있는 어떤 중소기업 심볼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사태는 LG그룹 CI에서도 일어났고, GS그룹도 곤욕을 치렀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로 인해 심볼 그 자체의 상표등록 가능성이 점점 좁아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곤혹스런 상황을 한번쯤 경험한 디자이너라면 가급적 심볼 스타일의 CI Design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게 된다. 그렇지만 어두운 진실보다는 밝은 진실을 택하여 세상에 널리 전파하고자 했고 (그 쪽이 마음이 편하다) 그 학설에 동조하는 다른 많은 전문가들의 첨언 속에서 점진적으로 심볼 스타일의 CI는 퇴조하고 있다.

엘지와 지에스

그런데, 이를 BI 측면에서 살펴보면 좀 더 다른 면이 있다. 왜 BI에서는 초기부터 심볼 스타일보다 워드마크 스타일이 더 강하게 부각되었을까? 그 이유는 이렇다. ‘심볼’ 하면 CI가 떠오르는 시대는 점진적으로 저물고 있지만, CI하면 ‘심볼’이 떠오르는 관념이 존재하던 시절부터 BI는 개발되고 확장되어 왔다. 그런데, 동일한 회사에서 나올 수 있는 브랜드는 1개일 수도 있고, 수십 개가 될 수도 있다. 수십 개나 되는 심볼을 가진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CI와 BI의 혼돈은 말할 것도 없다. 초기부터 BI의 중심축이 워드마크 스타일로 전개된 데는 상기와 같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심볼 스타일의 장점과 한계는 주로 CI Design을 소재로 담아 언급한 것이지만, BI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가 있다. 심볼이 강하게 부각된 농산물 브랜드를 볼 때마다 저 디자인을 인지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선택된 50개 브랜드 중에서 심볼 스타일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통영바다’이다. 심볼 속에 수수께기처럼 숨어 있는 ‘통영’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브랜드 네임보다 심볼을 우위에 올려놓은 BI Design이 (빛나는 Creative에도 불구하고) 해당 브랜드의 성공적 발전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느껴지는 이유는 남들보다 한발 느린 커뮤니케이션 효과 때문임이 분명하다. 많은 이견과 새로운 의견을 모두 수용하더라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의 중심축은 ‘브랜드네임’이 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는 ‘이가탄’ 광고만 연상해도 쉽게 이해되는 상식이다.

그러한 편견을 애써 무시하면서 심볼이 함께하는 BI Design을 심볼 우위형과 심볼 결합형으로 나누어보았다.

심볼 우위형은 말 그대로 네임보다 심볼이 더 강조되는 스타일이고 심볼 결합형는 심볼과 네임이 대등관계를 이루는 스타일이다. (둘 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업계에 통용되는 용어는 아님)

조금 전에 언급한 것처럼 심볼 우위형은 디자인 의도와 상관없이 네임을 무시하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디자인이 된다. 해당 디자인을 척 보면 아하 – 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해당 디자인이 가지는 매력이 높다고 느낄수록 디자이너로서는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드는 스타일이다.

심볼 우위형

심볼 결합형은 어정쩡한 태도를 고수한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궁금하거든 당장 내포천애, 하늘그린, 메이빌을 들여다 보라. 그리고, 각각의 심볼을 다른 네임에다가 적용해 보라. 어떤 것이 어떤 것의 심볼인지 금방 알아차린다면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다. 관찰력과 이해도가 동시에 높은 경지에 있다.

시장에서 해당 농산물을 구입해야 하는 30-40대 주부는 그러한 구분을 잘 하지 못한다. 그들이 궁금한 것은 믿을 수 있는가, 신선한가, 맛은 좋은가, 가격은 싼가 등이다. 네임이 그러한 모든 보증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심볼에게도 일정 부분 역할을 맡겼는데, 둘 다 따로국밥처럼 행세하는 것이 심볼 결합형의 특징이다. 즉, 커뮤니케이션 효용성 측면에서 본다면 가장 질 나쁜 사례에 속한다.

물론 둘 다 동일한 방향으로 동일한 내용을 이야기한다면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메이빌의 심볼은 Mayflower이고, 내포천애와 삿갓은 이미지 연결이 어렵고, 하늘그린과 캐릭터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디자인의 조형성, 예술성을 떠나 브랜드 디자인으로서의 기능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심볼 결합형은 네임과 심볼이 합창할 수 있는 방향, 즉 멋진 코러스가 나올 수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마땅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타당하다.

심볼 결합형

원 혹은 사각형 속에 브랜드 로고가 들어있는 형태를 ‘엠블럼 스타일’이라고 나름 규정해 보았다. ( 용어 규정에 대해서 찬성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심볼도 아니고 순수 워드마크도 아니기에 디자인 형태를 정확하게 묘사한 용어를 찾기는 어려웠다. ( CI 분야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을 오랫동안 컴비네이션 마크라고 지칭해 왔다)

이러한 스타일은 독특한 형태를 가진 심볼이 없기에 상대적으로 브랜드 로고가 우선 눈에 들어오는 장점이 있다. 나름 심볼이 가지는 규모성, 신뢰성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특별한 Creative가 없는 듯 보이면서도 ‘할 말은 합니다’ 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심볼과 로고가 대등관계에 놓인 심볼 결합형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효용성이 크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 브랜드가 지구촌 전체로 퍼져나가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규모성 확보가 필수라고 판단된다면, 심볼 결합형보다는 엠블럼 스타일이 목표 이미지 달성에는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엠블럼 스타일

자 – 이제 CI보다는 BI에 좀 더 가까워지는 듯한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보자.

바로, ‘심볼/로고 조합형’이다. 물론 용어는 필자 마음대로 붙인 것이다.

이러한 스타일의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중심축을 브랜드 네임에 둔다는 점에서 워드마크에 좀 더 가까운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단순 워드마크만 전개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음이 분명하다. 우리 농산물이, 우리 축산물이 가진 장점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공간을 ‘여백의 미’로 만족해야 하는가.

들판이 있고 나무가 있고 태양은 빛난다 (슈퍼오닝) 햇살 듬뿍 받아 나무가 푸르다 (햇살드리) 휘감아 도는 칠갑산의 품 (칠갑마루) 등등 유추해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는 디자인이 이러한 형태이다. 심볼, 로고조합형에서의 모든 표현요소는 브랜드 네임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브랜드 네임이 가지는 의미를 좀 더 강화하거나 부각시키는 쪽으로 디자인이 전개된다.

심볼로고 조합

이제 BI라는 용어가 태어날 때부터 가장 주목율이 높았던 워드마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그렇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BI Design의 형태를 이야기할 때는 항상 그 중심에워드마크가 있다. 워드마크의 최대 장점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네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사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녹차잎도 ‘잎’이고, 뜰 안에 심어진 나뭇잎도 ‘잎’이다. 네임이 가진 특성을 반영한 것인데… 누가 시비라도 걸라치면 그렇게 대답하면 된다. ‘햇사레’ 이기에 햇살, ‘단풍미인’이기에 단풍이 들어갔는데… 어찌할 것인가.

중언부언하자면 다수의 디자인 표현요소들은 네임이 가진 의미, 특징 혹은 목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일조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방해하는 보조 요소를 많이 약화시키는 것이 워드마크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복합 워드형의 경우, 대부분의 보조 표현요소들이 로고와 같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Brand Identity를 이루고 있는 디자인 표현 요소를 별도로 떼어내어 디자인 패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참별미소’에서는 별이 디자인 표현 요소로 들어가 있다. 해당 별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각종 플래카드, 사인, 차량 심지어 패키지 디자인 등에 살포시 녹아 들어갈 수가 있다. ‘참별미소’의 별 디자인은 ‘참별미소’ 브랜드를 보조적으로 인지시키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는 것이다. ‘단풍미인’의 단풍, ‘왕의 녹차’의 녹차잎은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보조 수단이다. 이처럼 복합 워드형은 브랜드 스토리를 엮어갈 수 있는 단서마저 제공하고 있으니 단점 하나 없이 장점만 가득한 디자인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잠깐? 정말… 단점이 하나도 없다고… 당장 이야기해 주지 !

복합형 워드마크는 대부분 복잡하다. 음절이 길어질수록 그 복잡성이 더해진다. 할 말이 많다 보니 초점이 흐려지는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복합형 워드마크

단순 워드마크형은 어떠한가?

단순 워드마크형은 철저하게 로고타입의 특이성으로 Creative를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물론 몇몇 디자인요소가 보조적으로 나타나기는 한다. ‘산엔청, 생거진천’ 등에 보이는 나뭇잎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복합형 워드마크 대비 디자인을 가미하는 폭이 좁을 뿐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 디자인을 했다는 느낌마저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단순 워드마크는 가장 커뮤니케이션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소비자 의식 조사 등을 통해 검증해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제된 디자인이기에 모든 초점이 네임에 맞추어 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가장 궁극에 도달한 디자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 단점 없는 디자인이 어디 있는가 ? 단순화된 워드마크는 지나치게 절제된 표현 때문에 별도의 디자인 패턴을 개발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사인, 홍보물, 차량 등 응용매체 적용시 BI기본 디자인과 응용 디자인이 상호 유리되는 결과를 낳곤 한다. 그러한 단점이 없다면 거의 대부분의 BI 디자인이 단순 워드마크로 구성되었을 것이다.

단순형 워드마크

지금까지 언급한 각 형태별 장단점은 농산물 공동 브랜드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동일한 개념을 다른 제품 디자인에도 공통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표현 요소가 달라질 뿐이다. 그렇게 본다면, 농축산물 브랜드의 BI 특성을 가장 명확하게 나타내 주는 것이 바로 ‘디자인 표현 요소’라 할 수 있다.

형태 특징

표현 요소 & 의미 지향성

다른 산업의 B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브랜드 특성을 규정하는 핵심 디자인은 표현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수의 디자인회사에서는 표현 요소 추출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인다.

농산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이다.

햇사레 하면? 태양 ! 토요애 는? ????

제품이 가진 특징과 네임이 가진 특징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표현요소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표현요소란 것이 그렇게 1차원적으로만 파악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왜냐 하면, 우리가 전개하고자 희망하는 표현 요소가 대부분 타 브랜드에서 이미 사용하여 신선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을 보자…

태양

무엇이 보이는가? 태양이다. 태양 그 자체일 수도 있고, 결과물로서의 햇빛이 될 수도 있지만…

네임이 가진 특성이 ‘태양’이기에 그것을 강조한다면, 안성마춤은 유기그릇을 올려놓는 것이 타당하다. 탑마루는 미륵사지 석탑을, 칠갑마루는 칠갑산을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치 아니한가?

상징화 표현

Identity 전개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구체적 형상화가 가능한 네임의 경우 대부분의 디자인은 그러한 네임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구체물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을 심의하고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있다. 네임이 특별한 이미지를 품지 않고 있거나 추상적인 감성으로 나타날 때에만 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난제로 다가올 것이다.

토요애, 파인토피아, 향수, 본마늘 등을 들으면서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어떤 이미지를 연상할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토요일’은 밤이 좋아서… 깜깜하게 할까? 좋은 유토피아는 무지개가 뜨고 천사가 날아다니는 곳인가? 소나무가 우거진 숲 속인가 ? ‘향수’도 그렇다. 도시에서 자란 디자이너에게 ‘향수’가 있는가? 마늘의 근본을 의미하는 ‘본마늘’은 멋진 마늘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해당 브랜드가 가진 핵심 속성, 특징, 차별화 요소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온갖 형상들이 머릿속을 오가다 컴퓨터 화면에 어슴프레 나타나겠지만, 결국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내려진다.

토요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놓고 토론을 시작하면 끝이 없을 듯하다. 표현은 창작에 속하는 행위이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성적 사고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창작 행위를 논리적으로 파고든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다. 이중섭 화백이 집중적으로 그렸던 ‘소’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소’를 그렸을까? 그런데 지금 필자의 머리 속에 가득 든 ‘소’는 이중섭 화백의 ‘소’이다. 그렇게 본다면 소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소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수 있겠다. 대가의 작품인가? 화실을 다니는 초등학생의 습작품 인가는 결국 ‘소재’가 아니라 그 ‘소재’를 다루는 솜씨에서 결론 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특정 소재를 누가 얼마나 잘 다스렸는가 하는 것을 토론해 볼 만큼 필자의 내공이 깊지는 않다. 그리고, 순수예술이 아니라 응용예술에 속하는 BI 디자인에 있어서 표현요소의 표현방법을 이야기하는 것도 특별히 생산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래픽 디자이너의 내밀한 감성을 다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BI와 관련하여 표현요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브랜드의 Identity 형성에 얼마나 기여하였는가로 한정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BI의 조형성도 상당히 중시하여야겠지만, BI는 제품 홍보/판매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여야 하는 마케팅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표현 요소를 바라볼 때 특별히 나타나는 이슈는 두 가지이다.

그 첫 번째는 네임과의 동질성을 확보하였는가의 것이다. 동일한 방향을 지향하는 표현요소라면 전체적으로 Brand Identity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방향이 지나치게 좁거나 일반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서 얻고자 하는 효능 가치를 표현하지 못할 때는 문제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네임과의 동질성 파괴이다. 보통 네임을 선정시에는 해당 제품, 서비스의 목표 이미지를 얼마나 잘 나타낼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된다. 그러한 목표 이미지를 잘 나타낼 수 있는 후보군 중에서 발음이 용이하다 라던가 타 브랜드 대비 독특하다 라던가 하는 측면이 또 다른 선정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게 본다면, 네임이 지향하는 듯한 이미지와 맞지 않는 디자인은 그 스스로 아이덴티티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최종 후보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창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후보안이 결정되었다고 항변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그러한 후보안을 제안했다는 원죄는 남게 된다.

그러면, 선정된 50개의 농산물 공동 브랜드 중에서 그러한 원죄 의식을 품을만한 디자인은 어떤 것인가? ( 본 부분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애초의 제목 ‘ 농축산물 공동 브랜드에 대한 私見’을 다시 한번 상기하였다)

어긋남

사견임을 전재로 이야기를 끌어간다면, ‘메이빌’은 분명 ‘메이플라워’가 맞다. 꽃피는 동네라고 주장하여도 핵심은 ‘동네’이지 ‘꽃’은 아니다. 내포천애도 마찬가지이다. ‘내포천’을 전혀 모른다는 가정하에서 디자인을 바라보아도 ‘시내’와 ‘삿갓’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여러 해석을 통하여 디자인 의도를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다. 마패와 전혀 상관이 없는 ‘안성마춤’이 ‘마패’를 신뢰와 정직의 개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추상적 개념의 하늘그린이 캐릭터와 결합되었다는 것 자체가 ‘불행’이다. 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형성과 아무 상관이 없다. 1차원적이라 할지라도 브랜드 표현 요소를 흰 뭉게구름으로 전개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꽃다지 란 꽃도 있지만, 원래 꽃다지는 오이, 가지, 참외, 호박 따위에서 맨 처음에 열린 열매를 의미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타난 디자인은 산일 수도 있고 산소일 수도 있는 형상이 되었다. 꽃다지의 의미를 일반인이 알기 어렵기에 차라리 꽃을 표현하는 것이 상식적인 아이덴티티 형성에는 더욱 나았으리라 주장하면 무식하고 단세포적인 필자의 아집일까?

표현 요소와 관련하여 다소 어지러운 이야기를 쏟아낸 근원에는 그것이 브랜드의 의미 지향성과 관련이 되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있어서 첫 수업에 배우는 용어가 ‘컨셉’일 것이다. 그리고, 그 용어는 마케팅을 수행하는 동안 끝없이 따라다니는 용어이다. 컨셉이 명확하지 않는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두 가지 컨셉보다 한 가지의 명확한 컨셉이 히트작을 보장한다 라는 말은 참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여서 이미 식상한 내용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니 더 많다. 왜?

내가 가진 장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많은 장점을 이야기하지 않고 무엇을 이야기한단 말인가? 그래서 자꾸 비약하다 보면, 고차원적인 설계도를 그리게 되는데 그것은 자기만족은 될지언정 아이덴티티 형성과는 아무런 관련없이 나타나게 된다.

표현요소와 관련하여 네임과의 조화가 이루어지는지 여부에 대한 간단한 검토를 해 보았다. 표현 요소는 근본적으로 해당 제품의 특성을 규정하는 요소이다. IT 분야의 브랜드는 첨단 지향적인 표현 요소를 가질 수 밖에 없고, 의류 브랜드는 그에 맞는 표현 요소를 가진다. 농축산물 브랜드는 그래서 ‘자연’이 많다. 자연 중에서도 태양이나 나뭇잎이 대표적인 표현 요소이다. 그 외에도 로고 그 자체가 표현 요소로 나타나거나 강, 꽃, 타원 등도 표현 요소로 중요하게 검토되는 것 같다.

표현요소 종합

칼라 검토

BI의 메인 칼라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인테리어 / 의류 등 대비하여 심도 있게 검토되는 것 같지는 않다. 농산물이니까… Green Color가 좋겠는데 …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되는 경우도 종종 있음으로…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대부분의 BI Design은 하나의 칼라로 규정되지는 않는다.

Main Color 가 있고, Sub Color 가 있다. Sub Color 는 하나만이 아니라 보통 두세개가 지정되기도 한다. 또한 BI는 각종 인쇄물 뿐 아니라, 차량, 사인, 패키지 등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기에 바탕색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등을 모두 고려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단순 로고타입으로만 전개되는 BI Design은 극히 희박하기에 여러 표현 요소를 나름 특색있게 돋보이도록 하는 장치로서의 칼라 배합이 중요시될 수 밖에 없다. 즉, BI Design이 단색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칼라 1

상기는 거의 청색으로만 구성된 사례이다. 브랜드 네임과의 조화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맑은청’ 이기에 또 ‘통영바다’이기에… 어쩌면 다른 칼라를 넣는다는 것 자체가 맑음이 아니요, 바다도 아닐 수 있겠다. 네임과의 조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러한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다수의 BI Design은 하기처럼 2가지 이상의 칼라의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칼라 2

‘해올렛’에서는 몇 개의 칼라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라데이션 형태로 전개되는 이러한 칼라 배열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용이 금기시되곤 했었다. 바탕색이 있을 경우, 바탕색으로 인해 BI 형태가 어지럽게 나타날 뿐 아니라, 특성이 각기 다른 매체로 인해 제대로 된 칼라를 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최근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고 있다.

CI에 있어서 칼라는 해당 기업의 특성 & 비전을 상징한다고 보통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블루의 삼성’인 것이다. 이는 BI에도 어느 정도 융통성있게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녹색은 친환경, 자연지향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칼라로 나타난다. 블루는 수산물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부족함이 없고, 자연을 강조하는데도 적절하다. 정성을 강조하거나 고품격을 지향하고자 할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칼라는 Yellow가 아닐까 한다. Red Color의 경우 햇빛 이미지로서는 최적이다. 회색 혹은 검정색 계통은 ‘정직함’을 부각시킬 수 있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범위에서 칼라가 결정되는 이유는 농산물 공동 브랜드에서는 표현 요소가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풍을 표현 요소를 설정할 경우, 여러 칼라의 단풍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단풍을 대표하는 Color는 분명 Red이다. 이러한 상식적인 배경을 무시하고 Yellow 계통으로 단풍을 표현한다면 독특함은 강조할 수 있겠지만 다소 생경스럽게 보일 것이다. BI Design에 있어서 표현요소 설정이 칼라 설정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생뚱맞긴 하지만, 최근 할인마트에 갔다가 발견한 사례 하나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케어3

일동후디스에서 나온 농축발효유이다. 맛은 두 가지 – 사과맛 & 플레인 !

어떤 것이 사과맛이고, 어떤 것이 플레인일까? 이제 일동후디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역시 맛은 두 가지 – 골든애플과 플레인 !어떤 것이 골든애플이고 어떤 것이 플레인일까? 다시, 일동 후디스 홈페이지에 나타난 제품 성분으로 비교해 보자. 골든애플과 플레인의 차이점은 ‘치커리 ’가 들어갔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치커리는 무엇일까? 상추처럼 쌈 싸먹은 채소이다.

필자처럼 무식한 사람은 Red 계통의 케어3를 사과맛으로 착각하고는 사과맛이 나지 않는다고 불평하였다. 일동후디스가 이야기하는 ‘GoldenApple’은 영어사전에 벨나무의 열매이거나 토마토이다. ( 네이버 사전 : 벨나무(Aegle marmelos)의 열매(bel) ; 토마토 ) 제품구성성분 표시에 의하면 골든애플은 ‘치커리화이버’이기 때문에 Green Color가 된다.

상기 두 가지 맛의 제품 중 Red 계통은 플레인이고, Yellow 계통은 골든애플이다. 상식과 다소 다른 계통으로 적용된 이 패키지는 소비자 혼란을 즐기고자 한 것 같다.

기본 디자인을 중심으로 개략적으로 군집해 본 칼라 패턴

칼라 정리

– 농산물 공동 브랜드이기에 특별히 녹색 혹은 청색 계통이 강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상대적으로 Red & Black 계통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정성, 정직, 건강’ 등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로고타입

다수의 BI가 워드마크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BI Design에 있어서 로고타입은 디자인 표현요소만큼이나 중요하다. 브랜드마크라는 용어보다 브랜드로고라는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보더라도 BI Design에 있어서 로고의 중요성은 단팥빵의 팥과 같다.

어떤 맛의 단팥이 가장 맛있을까?

로고타입의 출발점은 서체임으로 변변찮은 지식이지만, 간단히 서체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서체는 크게 세리프와 산세리프체로 나누어진다.

‘Serif’는 인쇄된 H나 I 같은 활자에서 아래・위에 가로로 나 있는 가는 선을 말한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삐침’이라고 할 수 있고, 명조체가 이에 해당된다. ‘San Serif’체가 있는데, 이 때의 ‘San’는 영어의 ‘Non, Not’등에 해당된다. 세리프가 없다는 뜻인데, 가장 적합한 서체는 고딕체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알파벳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과거부터 사용되어온 서체는 세리프체였다. 중세 시대 등을 재현한 영화 등에서 가끔 나타나는 책 표지나 내용 등은 거의 예외 없이 세리프체이다. 알파벳에서는 세리프가 글자의 흐름을 만들어 따로따로 노는 듯한 형태를 방지하고 라인의 정렬을 도와준다고 한다. 장식적인 느낌이 있기에 글자의 맵시가 한껏 나는 것도 세리프체의 특성이다.

20세기 들어와 주목받기 시작한 산세리프체는 모니터의 역할이 큰 듯하다.

외관이 현대적이고 간결하고 깔끔하기에 해상도가 높지 않은 모니터의 경우 세리프체보다는 산세리프체가 번짐 현상이나 깨짐 현상을 막기에 더 이상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서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가독성과 판독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독성이란 용어는 ‘많은 양의 텍스트를 얼마나 읽기 쉬운가’ 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이고, 판독성은 ‘텍스트의 큰 제목이나 버튼 등 짧은 텍스트를 얼마나 쉽게 알아보는가’에 대한 용어이다.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게 측정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쇄물에서는 세리프체가 화면상에서는 산세리프체가 가독성이 높다고 한다.

다수의 서적이 본문체를 명조체 타입으로 설정하는데 비해, 인터넷 포탈 등에서 사용되는 본문체가 고딕 스타일 (돋움, 굴림 등)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판독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황이 약간 달라진다. 정확하게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면, 농산물 공동 브랜드는 패키지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인터넷 쇼핑몰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가? 로고타입은 판독성을 더 중시하여야 하기에 패키지 적용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세리프체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사이버 세계의 놀라운 발전 속도는 그에 동조하지 않는 대부분의 영역을 쓰나미처럼 허물고 있는 상황이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산세리프체의 공습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날마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는 산세리프체가 훨씬 더 부담없이 느껴진다. 날마다 익숙해지고 있음으로… 그래서, 산세리프체의 대표격인 고딕체에도 눈길이 가니 어떡하지…

몇 년 전부터 국내 디자인 분야에 거세게 휘몰아친 바람이 하나 있다.

서체 회사의 공습이다.

국내 서체시장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윤디자인에서 서체의 유료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엄연히 저작권이 있음으로 이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타인의 재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종의 도둑이 되는 것과 동일하다.

재대로 된 BI Design은 로고타입과 연계될 수 있는 지정서체를 가진다. 지정서체는 사인이나 패키지, 광고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서체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체를 아우르는 일종의 울타리와 같다. 상황에 따라 매체에 따라 서체를 달리할 경우, 브랜드의 통일감이 깨어짐으로 이를 방지하는 보조장치인 것이다. 따라서, 지정서체는 응용 디자인이 아니라 기본 디자인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다. 디자인 회사에서는 로고타입에 가장 적합하고, 각 인쇄소 등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서체를 지정해 줌으로서 실제 해당 BI Design을 사용하는 Client의 고민을 덜어 줄 의무가 있다. 매체에 따라 인쇄회사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그 때마다 인쇄소에 서체를 공급하는 것도 불필요한 업무를 가중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체회사의 저작권 확보 노력은 CI, BI 회사의 이러한 업무 스타일에 찬물을 들이붓는 결과를 낳았다. 어느 날 갑자기 Client 의 항의가 날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정서체 값을 달라는데… 아니, 지정서체는 당신들이 지정해 준 것 아니요? ‘ 놀란 디자인 회사 답변… ‘어 – 우리는 지정만 해 주었을 뿐인데요? ‘

이러한 시비가 극단적으로 발전하면 길거리에 적용한 온갖 사인 등을 교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BI보다 CI 분야에서 많이 발생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해야 하는가…

CI 회사와 BI회사가 서로 달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CI회사는 모든 BI회사와 똑같다. 음식료품을 중심으로 캘리그라피가 휘몰아쳐 들어온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기 상황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시빗거리를 차단해 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디자이너의 Creative 본능도 분명 한 몫 했으리라. BI는 표현요소와 로고의 조합 아닌가…

탁월한 캘리그라프는 그 자체가 작품이다. ‘처음처럼’의 로고는 업계에서 작품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가.

처음처럼

캘리그라피 (Calligraphy ) 는 굉장한 전문용어같지만, 우리말로 ‘손글씨 즉 서예’이다.

멋진 캘리그라피는 그 자체가 독특성을 가질 뿐 아니라,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된다. 마치 지문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거의 유일한 로고를 가지는 것과 같다. 물론 해당 서체의 캘리그라프가 다양한 제품에 유사한 손글씨를 자랑한다면 ‘유일’이라는 말은 제거해야겠지만, 손글씨이기에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이러한 캘리그리프의 최대 장점은 친근성이라 할 것이다. 글씨를 배우면서부터 모두들 자기손으로 글씨들을 써오지 않았던가… 아날로그 시대에는 삐뚤삐뚤 하다는 것이 덜 배운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촌스러운 느낌마저 들게 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그 자체가 차별화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다음을 보자.

편강한의원

– 지하철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편강한의원 광고는 순정만화 캐릭터와 초등학생이 쓴 듯한 서체가 묘한 이질감을 자아낸다. 캘리그라피가 주인공의 성격을 짐작하게 해 주어 화제성 유발에는 그만인 듯 !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캘리그라피 스타일의 로고가 늘어 간다.

식품 매장, 농산물 매장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제품이 캘리그라피로 획일화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다시 세리프나 산세리프체가 독특성 확보를 근거로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점점 더 차별화가 중심이 되어 가고 있는 시대 아닌가.

개략적으로 군집해 본 로고타입

로고타입

– 대다수의 농산물 공동 브랜드는 캘리그라피 스타일로 로고타입을 전개하고 있다. 가독성과 판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친근성과 독특성 측면에서 기존 고딕/명조 계열 대비 압도적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종합적 의견

디자인은 분석 대상은 아니다. 詩가 그러한 것처럼 !

분석하고 분해하여 최적의 조합을 맞추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최상의 디자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디자인은 감성의 분야이고 직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Creative 도 분석되어야 하고 그러한 바탕위에서 새로운 Creative가 탄생하여야 한다. 데생을 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분석부터 해야 하지 않는가. 발전을 위해서는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피카소가 하늘에서 내려와 천재성을 발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BI Design은 순수예술 영역이 아니며, 어쩌면 자본주의 최첨병으로… 마케팅 전사가 되어야 한다. BI Design이 제품의 목표 이미지를 핵심적으로 제안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워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변변찮은 검토를 용서하기 바란다)

본 칼럼을 마무리하면서 아쉬운 점은 디자인의 복잡성에 대한 언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절제의 미학’이란 용어가 있듯이 최근의 BI Design은 많은 이야기보다 가장 핵심 되는 한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는 형태적인 면에서 쓸데 없는 것을 모두 버리는 방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복잡하면 할수록 각종 응용매체에 적용하기가 어려워진다. 패키지 디자인을 예로 든다면, ‘BI Design을 적용하고 나니 일러스트나 사진 등 부가적 표현 요소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라는 한탄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의 절제가 가장 바람직한가 하는 것은 Design Creative 강화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Design System’이란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하기에 자료 수집과 분석 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혹시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디자인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검토도 해 볼까 한다. BI Design의 복잡성이 패키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것을 포함해서.

    댓글 1

  1. 와… 아무 지식도 없던 제 머리에 BI디자인에 대한 정립이 된 것 같아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지민

    2015년 6월 16일

안지민 에게 댓글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