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고추장에 ‘순창’을 사용하면 안 된다 !

순창고추장에 ‘순창’을 사용하면 안 된다 !

By on 2015-02-16 in Brand Column | 0 comments

본 칼럼은 지난 2012년 6월에 작성된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유효성이 사라진 내용이지만 … 브랜드와 관련하여 이러한 스타일의 논쟁은 식품 분야 뿐 아니라 타 분야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다시 홈 페이지에 올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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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2월을 전후로 각 일간지마다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사조해표가 국내산 햅쌀, 발아콩, 3년 묵은 천일염 등 최고급 원료만을 사용해 만든 명품 장류 브랜드 ‘순창궁’을 선보이고 장류사업을 강화한다. ‘순창궁’은 사조그룹이 지난해 12월 순창군에 총 사업비 450억을 투자해 준공한 사조순창 공장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 장류 브랜드다. / 2011년 2월 8일. 파이낸셜 뉴스

그리고 1여 년이 지난 2012년 2월의 기사는 다음과 같다.

사조해표가 ‘순창궁’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순창고추장’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상 청정원과 고추장 브랜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전통적으로 CJ제일제당 해찬들과 대상 청정원 양강 구도였던 고추장 시장에 사조해표가 새로 뛰어들면서 대상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자 대상이 발끈하고 나선 것.

그러나 사조해표 관계자는 “순창은 지역 고유명사로 사조해표는 순창 지명 사용에 대해 순창군의 허가를 받고 상표권을 출원했다. 사조해표도 순창 지역에 고추장 생산공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순창궁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 2012년 2월 24일. 한국일보

사조해표가 ‘미투(선발업체 따라하기) 전략’으로 고추장 시장에서 발빠르게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 2012년 4월 11일 .한국경제

상기 기사의 골자는 ‘왜 베껴!’다. 이에 대한 응답은 ‘순창군 허락 받았는데…’이다.
‘순창’이라고 하는 지명을 독점하고 싶은 마음과 해당 지명을 사용하는 허가권이 지역 단체장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판단이 맞불로 붙으면서 일어난 결과이다.

그럼, 사조해표의 ‘순창궁’은 한국경제신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투전략’이 맞을까?

답은 ‘맞다’이다. 마케팅 전략상으로는 완벽한 미투전략이다. 기존 ‘사조마을’이라는 브랜드를 버리고, 고추장의 대명사인 ‘순창’의 지명도에 올라탔으니,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따라하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런데, 누구를 따라 한 것인가?

3000억원 규모의 국내 고추장시장 점유율 90% 가량은 대상 청정원 ‘순창 고추장’과 CJ제일제당 ‘해찬들 고추장’이 차지하고 있다. 각각 4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양강구도다.

1989년 ‘임금님표 순창고추장’을 출시하며 고추장 시장의 문을 연 대상 청정원은 장류 발효의 최적지로 여겨지는 전북 순창에 공장을 건립,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 2012.03.22. 컨슈머 타임스

그런데 상기 기사를 보면 고추장 시장에서 최초로 미투전략을 사용한 회사는 ‘대상’이다. 20년 전에 벌써 순창의 지명도를 활용하고자 했으니…

아마, 주식회사 대상이 발끈한 것은 ‘순창궁’이란 브랜드가 아니라 사조해표의 유통력, 마케팅 파워일 것이다. 개인 혹은 중소기업이 출시하는 ‘순창고추장’에 대해서는 무심할 수 있었지만, 사조해표 정도되는 회사에서 ‘순창’이란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시장 잠식효과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기 기사 뉴스에서 보다 보면, ‘순창고추장’이라고 하는 브랜드 소유권자가 ‘주식회사 대상’이라는 착각이 일어난다.

다음은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 리스트의 例이다. (당연히, 고추장 부분에 한정함)

순창결합상표

상기는 ‘순창’이라는 지명과 결합하여 등록된 34개 중 16개만 인용한 것이다. 상기 외에 출원 혹은 공고 중인 상표는 다음과 같다.

순창결합상표2

그런데… 어 ! ‘청정원 순창 고추장’은 어디로 갔지? 아마 상기 인용한 등록상표 중 어떤 것을 인수했나 보다. 주식회사 대상의 ‘순창고추장’은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했다 ! 등록 거절 상표 중에서…

순창 등록 거절

지금까지의 특허청 전산자료를 뒤진 결과를 보면 갑자기 헉- 하는 기분이 든다. 엄격하게 따지면, ‘순창고추장’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진 보유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가장 근접한 순창고추장 상표권자는 ‘영농조합법인 순창장류연합회’이다. 그렇지만, 순창군에서도 ‘순창전통고추장’을 가지고 있다. 더하여, 몽고식품은 ‘몽고순창고추장’을, 동원 에프앤비는 ‘동원 순창’을, 토박이순창식품은 ‘토박이순창’을 가지고 있다. 고추장은 일반 제품명이기에 ‘동원 순창고추장’이 나오더라도 하등 문제될 바 없는 상황이다.

‘동원 순창고추장’이라?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지 아니한가? 그렇다… ‘청정원 순창고추장’이 그것이다.

사조해표는 아직까지 ‘순창궁’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 그것은 ‘청정원 순창고추장’때문이 아니다. 필자가 보기로는 ‘순창궁전전통식품 (보유권자 : 김행자)’ 때문으로 보인다. ‘순창궁’과 ‘순창궁전’은 관념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사조해표의 ‘순창궁’을 괴롭힐 복병으로 보이는 ‘순창궁전전통식품’은 다음과 같은 등록상표이다.

순창궁전전통식품
– 2004년 1월 6일 등록

‘순창고추장’이란 명칭은 지리적 표시제에 의해 보호되기도 한다.

지리적 표시제(GIS; Geographical Indication System)란 상품의 특정 품질,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되는 경우 그 지역 또는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임을 명시하는 제도로, 다른 곳에서 함부로 상표권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샹파뉴아르덴주에서 생산된 발포성 백포도주를 제외한 다른 제품에는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없게 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1월 개정된 농산물품질관리법에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하여 이듬해부터 전면 실시하였고, 2005년 10월 14일 고추장 부문에서 ‘영농조합법인순창전통고추장연합회’가 ‘순창전통고추장’이란 명칭으로 등록하였다. (제 8호)

시장 점유율, 부정경쟁방지법, 지리적 표시제 등 모든 법적 조항을 근거로 사조해표의 ‘순창궁’을 시장에서 쫓아내려 해도 잘 되기 어려운 것은 사조해표가 순창지역에 고추장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밝혀진 사실은 분명하다.

주식회사 대상은 상표로 등록하지 못한 ‘순창고추장’을 근거로 사조해표의 ‘순창궁’에 대해 발끈한 것인데, 상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주식회사 대상 직원이라면 발끈했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언론에서 재미삼아 기사화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당사자들의 공식적인 의견과 아무 상관없이…

사조해표의 ‘순창궁’이 위협적이라고 판단되면, 주식회사 대상에서 취할 수 있는 방도는 아직 유효기간이 가득한 ‘순창궁전전통식품’의 상표권을 사는 방안이 있다. 해당 브랜드를 근거로 ‘순창궁’ 사용을 못하게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사조해표에서는 ‘순창궁’을 버리고 ‘순창명가’ 혹은 ‘순창품’ 등의 네임으로 바꾸면 되고…

이 해프닝에서의 교훈은 명백하다.

주식회사 대상에서 아무리 ‘순창’을 브랜드라고 강조하여도 브랜드가 아니다. 순창지역에 고추장 공장을 지어서 ‘순창고추장’을 판매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은 적절한 요건만 구비하면 ‘순창고추장’ 혹은 ‘OO순창고추장’ 등으로 해당 네임을 사용할 수가 있다. 지리적 표시제에 의해 등록받을 만큼 ‘순창고추장’의 명성은 오래된 것이기에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하기는 인터넷을 써핑하면서 찾아낸 몇몇 ‘순창고추장’들이다.

이들에 대해 ‘순창고추장’을 사용하지 말라고 주식회사 대상에서 경고장을 보냈다는 언론 기사를 접한 바는 없다.

순창의 고추장들

(상기 내용 중 법적인 부분은 특허청 등록상표 원본 등을 확인하여야만 정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기에 필자 본인이 잘못 파악했을 수가 있습니다. 본 칼럼은 특허청 등록상표 원본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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