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CI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By on 2015-02-26 in Brand Column | 0 comments

지난 번 칼럼에서 CI 구성요소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제 그 구성 요소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것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리뷰 한다는 측면에서 한 번 더 CI 구성요소를 인용해 보겠다.

CI 구성요소

꽤 오래 전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필자 역시 뒷담화 비슷하게 들었기에 정확한 이야기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시간도 많이 지나 다소 흐릿한 부분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CI 개발 시 가장 고민스런 대목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뒷담화이기에 두리뭉실하지만 보따리를 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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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대기업이 CI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실무 담당자가 CI 도입방법, 절차, 협력사 선정 등에 대한 조사를 해 보니 가장 중요한 요소로 MI (의식의 통일화)가 나타났다. 외부로 드러나는 Visual Identity (상징체계의 통일화)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선행하여야 할 것은 MI (Mind Identity – 의식의 통일화) 라고 한결같은 이야기가 들려왔던 것이다. 비전, 목표 이미지가 없는 디자인 (VI), 행동의 통일화 (Behavior Identity)는 ‘CI가 아니다!’라는 것이 정설처럼 되어 있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고민을 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워낙 큰 대기업이었기에 MI (의식의 통일화 – 기업 비전, 미션의 설정)를 가장 잘 할 수 있으면서도 Visual (디자인) 측면에서도 Creative가 탁월한 협력사를 선정하기로 하였다. 국내에서도 찾아보았으나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었을 때 세계적인 지명도와 노하우를 보유한 외국기업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몇 번의 제안과정을 거쳐 세계적 명성이 빛나는 톱클래스의 CI전문사가 선정되었고 그들의 주도하에 CI개발이 1여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주요 국가별 관계자, 고객의식조사도 이루어진 모양이다. (약 2,000여명에 달하는 주요국 일반인 의식조사 시행) 가장 중시되었던 것은 MI (의식의 통일화 – 기업 비전, 미션의 설정)의 구축이었음은 말한 나위도 없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해당 기업은 끝내 MI를 완벽하게 구축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기업 비전, 미션으로 대별되는 MI를 몇 줄의 문장, 단어로 설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담론과 토론, 의사 결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방향으로 가려니 저 방향이 약화되고, 저 방향으로 가려니 이 방향의 문제가 생기고… 끊임없는 토론과 보고 과정에서 서로가 지쳐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MI, BI에 대한 고민은 그 정도에 그치고 Visual Identity만이라도 제대로 하자 하는 쪽으로 의견이 집약된 모양이다. 그래픽 요소의 정립도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인데 이 역시 너무 지체하다가는 발표 시점을 놓친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미완성의 CI가 발표되었고, 그 CI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떤 기업의 CI 변경 과정에서 일어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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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해당 기업은 꾸준히 MI, BI 부문에 대한 내부적 합의점을 도출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지금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당시의 그러한 사례가 일부 전문가, 타 기업 등에게 알려짐으로써 대한민국 CI의 방향이 일부 수정되는 계기도 되었다. 즉, MI, BI는 경영전략상 굉장히 중요하지만 한국적 상황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 버린 것이다. CI도입이 전성기를 이루던 90년대 초중반의 이야기이다.

당시의 기준으로 본다면 구성 요소별 중요도는 하기와 같다.

CI 구성요소의 중요도 1

2014년을 지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대기업이 한번 이상의 CI도입 경험을 가졌고 다수의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CI 도입 사이클의 개념으로 보았을 때 2번, 3번 이상 CI를 도입한 기업도 즐비한 상황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CI는 10년마다 개선 혹은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니 말이다. 그동안 CI를 보는 관점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현재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CI의 중요도는 BI에 비해 많이 약화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실제 프로젝트 현장에서도 많이 확인된다. 급격한 사회적 변동은 장기간에 걸친 신중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몇몇 산업 (명품, B2B) 을 제외하고는 ‘신뢰성’보다는 ‘참신성, 차별성’이 주목받는 시대이다. 전자가 CI (Corporate Identity)의 본질이라면, 후자는 BI (Brand Identity)의 본질이다.

BI의 본질을 가장 웅변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사례는 아파트 부분일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저울질하면서 구입하는 것이 ‘주택’이다.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엄청난 고가 제품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러한 상품에서도 더 이상 CI가 대표적인 이미지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삼성, 현대, 포스코’ 등의 시대가 아니라 ‘래미안, 힐스테이트, 더샵’의 시대이다.

그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CI 구성요소 중 중요도를 따져본다면 다음과 같은 비중을 가지지 않을까 추정한다.

CI 구성요소의 중요도 2

현대적 관점의 CI는 거의 대부분 VI 관점으로만 해석되고 있다. 거창하게 의식의 통일화, 행동의 통일화 등을 논하는 시대가 아니다. 해당 기업이 목표로 하는 이미지를 상징화시킬 수 있는 디자인만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CI개발 일정, 예산 등은 갈수록 짧아지고 빈약해지고 있다. 최근의 CI는 대부분 3~4개월 내 완료를 목표로 하면서 ‘저렴’한 예산을 원하고 있다.

상기와 같은 변화는 CI전문사 입장에서는 다소 서글픈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CI의 깊은 뜻을 강조하지 못하고, 수주에 목말라 한 CI전문사들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표피적으로 드러나는 Visual 감수성을 너무 내세운 나머지 ‘옷’만 갈아입는 CI도 CI라고 주장하였으니 …

CI 구성요소별 중요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다만, 현재적 관점에서 VI만 지나치게 부각되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태도는 지양(止揚)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왜냐 하면 ‘옷’을 바꿔 입는 것만으로 ‘변화’ 가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변화는 마음과 몸이 동시에 변하는 것이다. 갑자기 멋진 차림새로 본인을 소개하더라도 그 때 뿐일 수 있다.

진정한 변화는 마음으로 다스리고 그에 따른 행동의 진정성이 나타날 때 이루어진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신뢰’가 쌓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Visual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어쩌면 한국적 상황에서는 Visual (상징체계)을 앞세우고 ‘나를 따르라’ 하는 것이 더 지름길일 수 있다. 그러한 방법이 한국적 경영풍토에서는 더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따라서 CI 진행과정에서는 Visual (상징체계의 정립)을 중시하였더라도 CI Design 발표 이후에는 MI (의식의 통일화), BI (행동의 통일화)를 지속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미완성에 머물기에 CI의 효과가 그만큼 나타나지 않는다. MI (의식의 통일화), BI (행동의 통일화)가 CI를 살아있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Corporate Power를 창출하는 핵심 구성요소라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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